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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값의 역설…두배 뛰어도 수요는 증가
구제역 영향 선물판매 늘어
사과와 배 등의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과일값이 3년 만에 딱 배가 됐다. 그런데도 명절에 과일을 사겠다는 소비자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제사상에 올려야 하는데다, 구제역으로 고기선물 대신 과일선물을 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18일 농수산물유통센터 가격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후지사과 상품 15㎏의 월평균 도매가격은 9만1000원이다. 지난 11월만 해도 6만3500원대였지만 폭설과 한파가 겹치면서 두 달 새 크게 올랐다.

시야를 길게 가져가면 가격 상승은 더 두드러진다. 2008년 1월의 평균가격은 4만6900원이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5만3158원, 5만2070원이었다. 3년 만에 사과값이 배가 됐다. 특히 상품의 가격상승폭은 중품의 가격상승폭보다 컸다. 같은 기간 중품은 3만9900원에서 7만145원이 됐다. 설을 앞두고 아무래도 고급품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배도 마찬가지다. 2008년 1월의 신고배 상품 15㎏의 도매가는 2만3573원이었지만, 최근에는 4만4636원이다. 단감은 2008년 1월 2만6200원대이던 것이 5만2500원으로 배 이상 올랐고, 겨울 과일의 대명사인 귤도 1만4700원에서 2만9255원으로 배가 넘게 비싸졌다.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 수요도 줄어들게 마련인데 올해는 좀 다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요 대도시에 사는 소비자 패널 5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설 명절에 과일을 선물하겠다는 답변이 37.5%로 지난해보다 1.3%포인트 늘었다.

구제역으로 지난해 축산물을 선물했던 소비자 가운데 25%는 올해는 과일로 마음을 바꿨다. 과일을 선택하는 이유로 ‘가격이 적당해서’라는 답변은 37.7%로 지난해보다 5.4%포인트 줄었지만 ‘구제역 때문에’라는 답변은 2.8%포인트 늘었다.

과일값이 천정부지지만 축산물은 미덥지 않고, 수산물은 비싸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과일을 택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과일값이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점. 쓸 만한 대과(大果)는 전보다 줄어든데다가, 설 연휴 수요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캠페인을 통해 ‘작은 과일’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명절 수요의 대부분이 선물용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특ㆍ상품 비율이 작년보다 낮고 선물수요는 작년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돼 설 성수기 도매가격이 1월 상순보다 사과는 24%, 배는 23%가량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승완 기자/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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