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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경 연중기획> ‘사교육 1번지’ 강남서 사교육 물리친 아이들
#1. 지난 12일 서울 반원초의 한 교실. 방학이지만 많은 아이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영재과학실업반이었다. 학생들은 준비해 온 개구리를 해부하며 양서류의 신체적 특징을 익히기에 바빴다. 5학년 김모(12) 군은 “식물 관찰, 조류 관찰 등을 통해 새삼 과학의 신비를 깨닫고 있다”며 “나중에 유명한 생명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 같은 날 이 학교의 또 다른 교실. 아이들이 율동에 맞춰 영어를 익히기에 바빴다. 노래와 율동을 통해 영어 구문를 공부하는 방과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4학년 이모(11) 양은 “다양한 몸짓으로 영어를 익히다 보니 영어 실력이 차근차근 늘더라”면서 “친한 언니, 동생들이랑 함께 배우니 집중이 더 잘 된다”며 웃었다.

서울 반원초등학교가 위치한 곳은 서초구 반포동. 이른바 ‘사교육 특구’라고 불리는 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학교다.

영훈초등학교 영어몰입교육현장.정희조 기자/checho@hraldm.com
반원초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을 받았던 지난 2009년 6월만 해도 재학생 전원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당시 반원초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교생 18000여명의 가정에서 사교육비로 한 달 평균 무려 약 15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3~4개 이상의 사교육이나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 수도 61%나 됐다. 대부분 학생이 학교 수업을 마친 후에도 시간에 쫓기며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그 여파로 수업을 소홀히 받거나 학습 동기나 흥미가 떨어진 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사교육의 역효과’가 심각했다.

손현수 교감은 “학교 교육이 늘 사교육 학원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방과후학교의 질을 끌어올려 학생들을 유도해 사교육의 ‘거품’을 빼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사교육 없는 학교’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수업의 질 향샹 위해 타교 교사까지 초빙=일단 반원초는 학교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주목했다. 흥미를 유발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이어야만 사교육에게 빼았겼던 학생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반원초가 실시한 것은 ‘명인수업 연수’.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적 방식의 연수가 아닌, 연수 강사가 실제 수업을 진행하고 반원초 교사들이 학생의 입장이 돼 수업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연수가 진행됐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한희숙 서울 북가좌초 교사를 초빙해 진행한 ‘마음을 열고 몸을 깨워서 창의적으로 소통하는 국어수업’ 연수에서는 직접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신해 토론을 벌이고 발표를 했다. 반원초의 한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받으며 연수에 임하다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 전했다.

▶’흥미위주’의 특기적성 수업 인기=여느 초교들과 마찬가지로 반원초도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교과과정보다 예체능 등 특기적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가장 인기있는 것은 체육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축구반이다. 전직 선수 출신 등 국내 유명 축구클럽의 지도 강사를 초빙해 공 굴리는 법 등 기초부터 가르쳤다. 우수한 학생들은 대표로 뽑아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1학년, 2학년, 3ㆍ4학년, 5ㆍ6학년 등 4개반의 정원이 모두 꽉 찼을 정도다.

인라인교실의 경우 아예 학교 한 켠에 마련한 다목적실에 인라인 트랙을 깔았다. 수업을 듣는 일부 학생들은 서울시교육감배 등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농구 수업을 즐길 수 있도록 체육관에 전용 코드도 마련돼 있다. 음악의 경우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넥, 단소, 가야금, 치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사교육보다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임창균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축구 같은 체육 활동도 ‘클럽’이라는 명목 아래 한 달에 10만원씩 받는 고액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라며 “그러나 축구의 경우 1주일에 1회 수업 만으로 3분의1 정도인 3만6000원만 내면 되는데다, 재미와 동시에 급우나 선후배들끼리 사회성도 기를 수 있어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교과 방과후수업은 수준별로=반원초의 교과 ‘방과후학교’의 경우 수준별로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저녁 수학반’은 직접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양질의 수업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학년에 따라 수준별로 4개 그룹으로 나눠 기본 교재를 가지고 꼼꼼히 교사들이 수업한다. 1주일에 2번씩 80분간 진행되며, 수강생이 3명 밖에 안 되는 소수(少數) 강좌도 수업을 진행한다.

임 교사는 “잘 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상관 없지만 기초보다 처지는 아이들은 학원에서도 ‘레벨 테스트’ 등을 통해 걸러내 사교육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실력을 올릴 수 있도록 자체 교재 등을 이용해 철저히 가르친다. 단, 선행학습은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국어의 경우도 일반 학교수업에서는 제대로 하기 어려운 논술이나 토론 등을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재로 가르친다. 강좌 당 수강생도 10명으로 제안하고 수업도 80분 이상 배정해 실제 토론ㆍ논술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처음 조사 이후 1년이 지난 지난해 6월 반원초 조사 결과, 전교생의 한 달 평균 사교육비는 약 9억원으로 40% 가량 줄어들었다. 학생 참여 비율도 56%에서 88%로 뛰어올랐다. 10명 중 9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손 교감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 연인원만 2000여명이어서 거의 전교생이 수업을 받는 셈”이라면서도 “솔직히 지역 학부모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반반이다. 방과후학교 등 각종 프로그램이 학부모들로부터 ‘사교육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상윤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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