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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남자스키 계주팀에 여자선수가 출전한 이유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새로 선보인 종목인 스키 오리엔티어링 남자 계주가 펼쳐진 5일 알마티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장.

개최국 카자흐스탄과 이란, 몽골, 키르기스스탄의 건장한 남자 선수들 사이에 태극 마크를 단 여자 선수가 출발선에 섰다.

이날 한국 남자 계주팀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손윤선(29.국민대)이 주인공이다.엄연히 같은 시각에 여자 계주가 시작했음에도 남자 경기에 여자 선수가 참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혼합 종목이 없는 스키 오리엔티어링에서는 남자 경기의 팀원이 부족할 때 여자선수로 교체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근력이나 체력에서 차이가 있기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 실제로 여자가 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손윤선이 남자들과 경기를 치른 것은 대표팀이 애초에 남자 계주는 참가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지에서 훈련하면서 경쟁국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고 판단한 대표팀은 남자 계주에서도 입상을 노리기로 전략을 바꿨다.

문제는 대표팀에 남자 선수가 장광민(22.경희대) 한 명뿐이라는 것.대표팀은 급히 홍병식(42.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 코치를 선수로 바꿔 등록했고,4명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에서 손윤선까지 끌어와 필요한 3명을 채웠다.

졸지에 남자 대표로 변신한 손윤선은 풋 오리엔티어링 선수 출신이라 스키를 배운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스키 기술이 뒤처져 여자 계주 출전이 힘들었던 손윤선은 덕분에 한 종목에 더 나설 기회를 잡았다.

손윤선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남자 계주팀에서라도 뛸 수 있게 돼 다행이다.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건장한 남자 선수들이 많았지만 열띤 응원 덕에 주눅들지 않고 즐기며 탈 수 있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격려를 많이 해 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에서 스포츠생리학을 공부하는 손윤선은 “풋 오리엔티어링과 스키 오리엔티어링 모두 색다른 매력이 있는 종목이다. 앞으로도 취미로 병행하면서 나중에는 전공을 살려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한편, 한국이 여자 선수까지 동원해 메달을 노린 반면, 이란은 아예 다른 종목을 포기하고 스키 오리엔티어링에 집중해 관심을 끌었다.

이란은 입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을 모두 오리엔티어링에 내보냈고, 남자 계주에서 몽골과 키르기스스탄을 제치고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5위에 그친 한국으로서는 이란이 갑자기 스키 오리엔티어링에 올인한 탓에 한 팀만 제쳐도 동메달을 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손윤선은 “성적까지 괜찮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오리엔티어링이 더 많이 알려져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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