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의문의 중국 젊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부 기밀자료를 유출한 상하이 외교가 스캔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법무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소속 영사 3명이 기혼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과 각각 불미스러운 애정행각을 벌인 데 이어 급기야 비자 부정발급 알선과 고급 정보를 넘겨준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불륜과 기밀 유출 등 파렴치한 일로 국민을 낯뜨겁게 하다니 국가 위신이 말이 아니다.
중국 외교가는 늘 시끄럽다. 남북문제 외에 중국인들의 한국행 열풍이 지속되고 중국 측의 통제와 감시가 남달리 심한 데서 오는 후유증이다. 민원과 이권, 청탁이 많은 중국 외교 현장에서 끊임없이 비리를 양산해내는 것이다. 그만큼 외교관들은 자제하고 조심했어야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영사들과 덩 씨가 연결, 경쟁적 불륜으로 이어졌고 결국 고급 정보까지 줄줄이 넘어가게 된 구조적 비리다. 이권의 핵심인 한국 비자 신청대리권을 넘겨주고 덩 씨의 인맥을 활용해 중국 측 고위층과 연결을 시도한 것이다.
한국 외교의 현실이 한갓 비자 브로커에 국사를 청탁하고 현지 젊은 여성에게 경쟁적으로 외교 안방자료를 내주는 수준인지 반성해야 한다. 관련 공직자들을 철저히 재조사, 우선 엄벌해야 한다. 더구나 넘겨준 자료에는 대통령 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해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한 정치인 200여명의 휴대전화 번호, 외교통상부 인사 관련 문서 등이 포함돼 있다. 휴대전화 번호는 중요 기밀 도청과 직결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덩 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의도적으로 접근, 정보를 빼낸 이른바 상하이판 마타하리 사건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결혼한 지 10년이나 됐다는 한국인 남편조차 덩 씨 정체를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덩 씨가 단순 비자장사가 아닌 스파이로 밝혀질 경우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번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중대 사건을 단순 치정사건으로 판단, 조사 후 쉬쉬하며 관련 부처 통보 수준에 그친 1차 조사 관계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국기문란행위 동조자나 다름없는 것이다. 미봉적 조사와 솜방망이 징계,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일처리가 외교가의 연이은 비리와 추문, 반복된 국가 망신을 낳고 있다. 차제에 외교가의 윤리와 기강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바로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