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벌그룹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형태의 편법 상속 관행에 과세를 검토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는 과세 대상인 부당이득 산출이 어렵고 외국 입법례도 드물며 이른바 ‘회사 기회 유용’이라는 개념의 불확실성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정부는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한 편법 상속ㆍ증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데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과세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재벌들은 오너 2, 3세들이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주고 그로 인해 회사 가치가 급등하면 주식을 공개, 엄청난 자본이득을 획득한다. 또 그 돈으로 그룹 주력사 주식을 장악하는 절묘한 증여ㆍ상속 체계를 잘 활용하고 있다. 재벌 2세들은 이 같은 편법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상속받고도 합당한 상속 또는 증여세는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이 같은 편법 상속과 세금 회피는 물류, 건설, IT 업종 등을 통해 다반사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재벌 이미지 악화와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공정경쟁을 해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 양극화 심화와 기술혁신의 방해 요소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그룹들이 많은 사회 경제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불공정 경쟁과 탈세 때문이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식 편법 상속은 어쩌면 애교일지 모른다. 말로는 상생과 동반성장을 되뇌면서 협력업체나 중소 납품업체들에 대한 가혹한 쥐어짜기 경영이 일상화돼 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중소 하청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적 독점 체제 아래서는 온전한 상생 화합이 불가능하다.
행여 정부가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국면전환용 캠페인으로 이용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진정성과 강력한 정책의지를 보여야 한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현행 법제하에서도 가능하지만 상속ㆍ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법상 회사 기회 유용 규제를 보다 강화, 조세형평과 공정경쟁 구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이윤 공유보다 더 시급한 것이 바로 이 같은 대기업의 기술적 탈세와 상속, 불공정 경영, 억압적 관행을 시정하는 제도 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