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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민병문> 국민경선 운용의 원칙과 신축성
6개월도 채 안 남은 대선
경선 흥행 무시하기 어려워
역선택 부작용 최소화 전제
‘큰산’의 도량 보여야 한다


유력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 측이 비박(非朴) 경쟁자들인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의원의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요청에 꿈쩍도 않는다. 박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선정 때 MB 측 요구를 수용, 일부 경선제를 도입했다가 실패했다. 그때 정한 당원과 국민 참여 비율 50% 정도면 충분한데 지금 또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낮은 참여율과 투표율 등 득과 함께 부작용도 많다. 이는 민주정치 자체를 시들게 할 수 있다. 예컨대 2012년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민주통합당이 광주 한 선거구에서 실시한 국민참여경선의 투표율은 24.8%에 그쳤다.

또 민주통합당이 해본 것처럼 모바일 투표 및 여론조사 방법은 즉흥적 답변으로 진정성이 적다. 후보자의 공약쯤 살필 겨를이 없다. 당비를 충실히 내며 후보자 면면을 자세히 지켜봐온 당원들의 파워가 급히 감속, 정당정치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 보다 큰 위험요인은 상대 당의 공작적 역선택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좀 더 전향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대세론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도 양론은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목사님 설교의 비유가 재미있다. 다시 말해 개는 먹을 것과 잠자리를 주는 인간을 신으로 보는 반면, 고양이는 자신이 신이기 때문에 인간이 먹이와 집을 준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원칙론과 세 잠룡들의 대세, 또는 추세론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잠룡 측은 민주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왜 35개 주 이상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들이라고 부작용을 몰라서인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첫 도입한 국민경선 방식은 후보 공천의 민주화, 분권화 진일보 시도로서 꽤 공감을 얻었다. 18대 총선에서 다소 주춤하더니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보다 훨씬 앞서 나가 재미를 봤다. 막말 파동만 없었더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한 잠룡은 총선전 한때 박근혜 의원도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와 완전국민경선제 실시에 공감했었지만 4ㆍ11 총선이 의외로 과반을 넘어서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한다. 개표 직전까지 패배를 자인하던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는 152석, 승리를 자축하던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치고 통합진보당이 13석으로 약진했다. 표만 놓고 보면 18대 167석에서 15석이나 준 새누리당의 패배가 분명하나 더 무참히 깨질 것을 선방했으니 지고도 이겼다는 것이다.

지지율 2~3% 남짓의 잠룡들은 박 의원을 ‘큰 산’으로 비유한다. 지금대로라면 그녀의 대선 승리가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민심과 정치는 계속 변하는 동물성이다. 친북ㆍ종북파 의원의 대거 국회 입성, 거센 야권연대 바람, 이들의 전국 순회 프라이머리가 흥행 팡파르를 울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철수의 입당 후 원샷 경선이냐, 민주당 후보 선정 뒤 2단계 경선이냐도 전국적 관심이다. 그런데도 ‘큰 산’은 소통에 요지부동이다.

세 작은 잠룡의 지지율이 합쳐 5~6%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의 차이로 국어가 독일어에서 영어로, 1886년 프랑스는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결정났다. 경선 일자를 런던 올림픽이 끝난 9월 이후로 늦추고 선거인단도 증강하되 여야 경선날짜를 합의, 역선택을 최소화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박 의원에게 크게 나쁠 게 없다. 비박 3인의 미니 경선도 흥행 차원에서 적극 도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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