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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사문화의 새로운 성공신화 되기를
한진중공업의 새 노동조합이 파업 만능주의와 투쟁 지상주의의 폐기를 선언했다고 한다. 무려 300일 이상 이어진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라는 이름을 앞세운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부산의 일대 지역이 홍역을 치러야 했던 지난해의 강성투쟁 노선에서 스스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타협과 협상을 기치로 내건 새 노조에 전체 근로자의 80% 정도가 가입했을 만큼 전폭적인 지지가 쏠리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강경투쟁 일변도였던 기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지회에 대한 불신임의 표현이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변신은 과격한 투쟁이 노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경험을 반영한다. 투쟁의 결과 근로자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고, 회사의 대외적인 공신력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확보한 계약 물량도 철회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파업이 휩쓸고 지나간 뒤끝은 절망과 한숨뿐이었다. 희망버스는 눈물자국만 남긴 채 떠났다.

노조의 이익은 조합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야만 쟁취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노사가 합심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먼저다. 때마침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2012년도 노사문화 우수기업’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2009년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매출이 40%나 줄어든 상황에서도 노사의 임금동결 합의로 위기를 벗어난 회사도 있고, 무려 16년 연속으로 임금협상을 무교섭 타결한 회사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진중공업 과격농성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전국 노동현장을 돌아다니며 노조원들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평택의 쌍용자동차 작업장에서 제2의 희망버스 투쟁 주장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재개정 등을 내세워 전면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마당이다. 대선을 앞둔 세력과시용 정치투쟁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진중공업 새 노조의 회사 살리기 캠페인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노조의 변신으로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도 조금씩이나마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서도 지난해 일손을 놓고 떠났던 근로자들을 조만간 다시 작업장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 지역의 음식점과 상가들도 덩달아 반가운 마음일 것이라 여겨진다. 한진중공업의 새 노조가 노사문화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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