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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원하지만 순탄할 것 같지 않은 국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원 구성을 매듭 지었다. 그동안 개원 협상의 최대 쟁점이 돼왔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에 가까스로 합의한 것이다. 또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구입과 관련한 의혹은 특검을 하고, 언론사 파업 대책은 국회가 열리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장 18자리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10곳, 8곳으로 나눠가졌다. 여야가 절충점을 찾기까지 법정 개원일로부터 꼬박 한 달이나 걸린 셈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원 구성을 마무리 지은 건 다행이다.

늑장 개원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단단히 뿔이 나 있다. 오죽하면 대한변협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세비반환청구소송을 냈겠는가. 13대 이후 단 한 번도 제때 문을 연 적이 없는 못된 버릇이 이번에도 여지 없이 재연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매번 새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환골탈태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빈말이 됐고 국민들은 또 속았다. 이런 불신을 만회하려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국회 운영으로 감동을 주는 길밖에는 없다. 여야를 떠나 300명 국회의원 모두가 통렬한 반성과 비장한 각오를 거듭 다져야 한다.

국회 개원이 늦는 바람에 빚어진 차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7월 11일 임기가 시작되는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시일 내 가능할지 걱정이다. 그렇다고 대법관의 도덕성과 자질, 능력 검증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법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사법부의 정상 운영이 위협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 설령 일정 기간 사법부 공백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최소화하도록 여야가 노력해야 한다. 증인 채택 등으로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청문회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도 순탄하게 굴러갈 것 같지는 않다. 여야가 국정조사와 특검 등에 합의했지만 민간인 불법사찰 등 이른바 3대 쟁점은 대선 정국을 요동치게 할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사안들이다. 비판 여론에 밀려 큰 틀만 합의했을 뿐 각론에 들어가면 크고 작은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정치권 대립과 국회 파행도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당리당략에 치우쳐 국회와 정치권이 파행을 일삼는다면 그 결과는 대선전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여야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엽적 사안의 유불리가 대선 판을 좌우하는 일은 이제 결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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