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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경희> 런던문화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K-팝
스포츠 경기 못잖은 문화경연
주영한국문화원도 100일축제 기획
조수미·이상봉 등 오색찬란 공연
한류열풍 주역 K-팝이 빠져서야

셰익스피어와 비틀스, 해리 포터의 나라 영국은 난세에 오히려 강력한 문화 정책을 펼쳤다. 제2차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문화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한 CEMA(Council for the Encouragement of Music & the Artsㆍ영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의 초대 회장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J.M. 케인스였다. 케인스는 전후 열악한 재정에도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팔 닿는 데까지 지원하되 정부의 간섭은 받지 않는 ‘팔길이(Arm’s Length) 모델’이란 비아냥을 들었지만, 영국이 전쟁, 산업화를 겪으면서 일찌감치 문화예술의 사회적 경제적 효과를 중시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오는 7월 27일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영국 정부와 영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일찌감치 ‘2012 런던문화올림픽’을 선포했다. 참가국들의 메달 못지않은 문화 경연이 치열한 가운데, 주최국인 영국 정부와 영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자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총망라하는 축제 플랜을 내놨다. 영국 작곡가의 오페라, 영국 아티스트의 쇼케이스, 한국을 포함한 30여개국의 언어로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연극, 전 국민이 참여하는 ‘빅댄스’ 등 문화강국임을 과시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지난 6월 초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85)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다이아몬드 주빌리의 하이라이트는 버킹엄궁에서 개최된 콘서트였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팝스타 폴 매카트니, 엘튼 존, 톰 존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콘서트에서 횃불 점화 피날레 행사를 함으로써 영국 대중문화의 ‘품격’을 치켜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영한국문화원에서도 2012년을 영국 내 한류문화 확산 원년의 해로 정하고, 올림픽 기간을 전후해 100일간 한국문화축제 ‘오색찬란, 한국의 색을 입힌다(All Eyes on Korea)’를 기획했다. 코리아하우스를 오픈하고 런던올림픽을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주영한국문화원은 한국 작가 전시, 조수미와 사라 장 공연, 이상봉 패션쇼, 국악인 이자람 공연, 한국영화 시사회, 한식 리셉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현지인 서포터스의 플래시몹, 런던 시내 지하철ㆍ버스 광고도 동원했다.

그런데 정작 한류 확산에 크게 기여한 K-팝 공연은 오색찬란 메인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열외로 지난 1일 ‘MBC 코리안 컬처 페스티벌 인 런던 2012’에 포미닛, 신인 EXO-K 단 두 팀이 K-팝 가수를 대표해 무대에 올랐을 뿐이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 등 일부 유럽 언론들은 K-팝을 두고 한국의 글로벌 전략상품이라 의심하며 부정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지원은 뒷받침되지 않은 채 한류를 기치로 내세운 과시성 정책 홍보가 불러일으킨 오해다.

K-팝은 사실 문화 행정이나 문화 예산 항목 중 가장 소외된 분야다. 관련 진흥기구도, 발전기금조차 없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대한민국 빅 브랜드가 된 K-팝이 올림픽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유감이다. 세계 각국이 문화 전쟁에 올인하는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인 K-팝 지원 정책이 절실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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