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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상근> 부동산 거래세를 내려라
부동산發 금융위기 코앞인데
대책마련엔 미적미적
취득세 낮추고 보유세 높여
거래 정상화 단초 마련을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거래가 안 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전형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가계나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린 자영업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하우스푸어)에 빠지게 된다. 이는 부동산발(發) 금융위기로 접어드는 신호탄이다. 금융ㆍ재정위기는 주택가격 거품 붕괴와 함께 찾아온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이 모두가 주택가격 거품 붕괴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걱정하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느긋하다. 이래선 안 된다.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하겠지만 현재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은 ‘부동산 거래세 인하’다.

현행 부동산 거래세율(취득세율) 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거래세는 내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게 세제 운영의 기본 방향이고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세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를 시정하면 왜곡된 세제를 바로잡으면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고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시금석(試金石)’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취득세) 비중은 30:70이다. 미국(100:0)ㆍ영국(83:17)ㆍ캐나다(95:5)ㆍ일본(87:13)과 정반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2%로 선진국(2~3%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총 조세 대비 부동산세 비중은 11.24%로 OECD 국가 중에서 영국(11.62%) 다음으로 높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총 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7.90%)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로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서민의 주택 마련, 기업의 사업용 자산 취득에 부과되는 거래세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반면 부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너무나 비정상적인 구조다. 취득세율을 2% 수준으로 내려 거래세 비중을 낮추는 한편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부동산 부자 중심으로 보유세인 재산세를 강화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렇게 하면 거래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수 부족분을 보유세 인상으로 보전,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취득세를 감면함에 따른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 해소, 지방세 주요 세원이 ‘부동산 거래’에 의존하는 천수답 형태에서 ‘부동산 보유’로 바뀜에 따라 지자체 세수 확보의 안정화 등 다양한 이점도 있다.

부동산 거래세가 높으면 거래가 위축돼 시장이 침체되고 기업의 제품ㆍ서비스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유세가 낮으면 부동산 과다 보유를 부추겨 빈부격차가 확대된다. 정부는 현행 부동산세의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부동산 거래 정상화의 단초가 될 취득세 인하에 왜 소극적인가.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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