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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증세 논의보다 탈루 세금 잡는 게 먼저
세무당국이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재산 빼돌리거나 역외 소득 탈세 혐의가 짙은 업체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기술 제공 로열티를 해외 개인 계좌로 받아 법인세를 탈루한 업체, 소속 연예인의 해외 공연과 드라마 출연료를 외국 계좌에 숨기거나 현금을 받고는 신고하지 않은 유명 연예기획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외국 현지 법인에 허위로 투자한 뒤 경비가 든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개인 사업자도 끼여 있다. 부유층 양심불량의 전형들이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할 정도라면 일반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세금을 고의로 회피하는 것은 죄질이 나쁜 중대 범죄다. 탈세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성실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한 푼 에누리 없이 세금을 내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근로 의욕이 확 꺾이는 분통 터질 일이다. 조세 정의를 구현하지 않고는 공정사회를 논할 수 없다. 탈세범들은 끝까지 추적해 마지막 한 푼까지 회수하고 징벌적 추징금까지 물려야 한다.

세금 떼먹기 행렬에 연예 기획사가 끼인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선풍적 한류 바람으로 K-팝 가수들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미국 유럽 남미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이들의 공연은 늘 입도선매(立稻先賣)다. 아이돌 그룹은 한국 문화 전파의 첨병이면서 동시에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전사인 셈이다. 잘 발전시켜 미래 성장의 한 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야 한다. 그런데 일부 기획사들이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이런 꼼수를 부리다 애써 일궈놓은 한류 붐이 순식간에 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부자증세 논란이 뜨겁다.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있지만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 등으로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불거지는 논란이다. 설령 소득세법을 고쳐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낸다 하더라도 폭증하는 재정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역외 탈세를 적발해 물린 부과금이 지난 4년간 2조원가량이다.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역외탈세만 뿌리 뽑아도 재정 부족분의 상당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뿐인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학원강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드러나지 않은 소득을 추적, 과세하고 상습체납자를 근절하면 굳이 증세 논란이 일 이유가 없다. 세무당국이 더 분발하고, 부유층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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