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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폭염 속 블랙아웃 위기 고조, 절전 또 절전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블랙아웃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연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사용이 과부하의 마지막 한계선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400만~500만㎾ 선에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예비전력이 어느 한순간 봇물 터지듯 무너지며 바닥을 드러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번 여름철 내내 맹렬한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시기적으로 기업체나 공무원들의 하계휴가가 시작되고 각급 학교가 방학에 들어감으로써 사무실용 전력수요가 대폭 줄어든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직장인들의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 근무와 산업체 가동이 정상을 되찾게 되는 내달 중순께는 문제가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블랙아웃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절전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집집마다 불필요한 전등을 끄거나 쓰지 않는 컴퓨터의 전원을 꺼놓는 것만으로도 전력대란의 위기를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가운데서도 전력수요가 많은 에어컨의 사용 절제가 필요하다. 사무실마다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고 실내온도를 1도씩 낮춘다는 실행이 따라야만 한다. 지금 약간의 더위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갑자기 닥쳐올 정전사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력을 펑펑 낭비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정부의 지속적인 절전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매장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을 연 채로 영업하다 적발돼 과태료를 물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치 다른 사람은 열심히 불을 끄고 있는데도 자기만 강 건너에서 불 구경을 하겠다는 듯한 태도다. 당국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이러한 모럴 해저드만큼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블랙아웃 사태가 실제로 닥치는 경우에 대해서도 긴급상황 행동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지난해 9월 한바탕의 아수라장을 경험했지만 응급환자 후송 문제와 치안 보고체계 등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일어난 블랙아웃 사태에서처럼 혼란을 틈탄 상가 약탈이나 부녀자 폭행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절전에 참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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