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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빈사지경의 경제, 어찌할 건가
대공황 이상의 변고가 온다는 전망 속에 IMF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 
유럽 미국 중국 등 3대 거대시장 불황으로 수출 이미 타격…
꺼져가는 성장엔진, 대책 서둘러 내놓아야…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런던올림픽에 치이고, 북한 근황에 밀리고, 이제는 독도문제로 불거진 한ㆍ일 갈등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그렇다면 안팎의 경제사정은 좀 나아진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17일 외신은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생활고로 자살하는 이들이 급증한다는 소식을 담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공황 이상의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로존 위기 부작용을 ‘세기의 전염병’이라고도 한다. 이 병 앞에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 불쾌하지만 현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 유수 경제전문기관들이 한국과 중국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중국의 경착륙 기저에 대해선 꼬리가 몸통을 후려치는 ‘테일리스크(Tail-risk)’로 비유했다. 가능성은 희박하나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말이 씨가 된 걸까. 국내 사정은 더 꼬여간다. 성장 불씨인 수출과 내수에 경고음이 울리더니 결국 6월 중 생산도 소비도 설비투자도 죄다 뒷걸음질쳤다.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가계부채는 상환 거부 속출 사태로 이어질 태세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3분기 전망이 더 암담하다는 것이다. 잘해야 전분기 대비 0%이거나 여차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연간 성장률도 3%는커녕 잘해야 2%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수출이 걱정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3대 거대시장이 경기둔화와 극심한 소비침체에 빠져들면서 이미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나친 대외의존도로 인해 수출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공장을 덜 돌리면 수익이 줄어 일자리는 위협받고 지갑은 얇아져 소비심리가 얼어붙는다. 이러니 자영업자들의 연소득이 2000만원도 안 되고 그것도 절반 이상이 빚에 시달린다.

가계부채는 더 심각하다. 집값이 계속 떨어져 주택담보대출(LTV)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의 새 뇌관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LTV 하락분만큼 기존 대출자에게 상환을 더 강요하는 상황이다. 분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중도금 상환 거부 움직임이 그것이다. 돈을 빌린 이들이 가격하락으로 입주를 미루고 중도금 상환을 미루면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등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집이 더 이상 자산가치가 아닌 빚 올가미인 셈이다.

문제는 성장엔진이 꺼져간다는 점이다. 유로존 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락없는 L자형 일본식 장기 저성장이란 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아득할 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괴로운 것은 서민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경제ㆍ서민’을 18번, ‘위기’를 13번이나 되풀이 말했다. 정치엔 임기가 있으나 경제엔 임기가 없다고도 했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왠지 공허하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방법과 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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