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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갑지 않은 대졸 취업자 1000만 시대
올해 2분기 대졸 취업자 수는 1019만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982년 100만명을 돌파한 지 꼭 30년 만에 10배가 늘었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증가세다. 더욱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진다고 하니 대졸 취업자 2000만 시대도 곧 도래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졸 취업자 1000만명 시대가 마냥 반갑지만 않은 게 현실이다.

대졸 취업자 양산은 높은 진학률에 따른 학력 인플레 결과다. 대졸자 일자리가 모자라 고졸 취업자 자리까지 잠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력이 높을수록 노동의 질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는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일 경우의 얘기다.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고학력자가 늘어나면 인력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장을 쥐면 대개는 어렵고 힘든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반면 지금도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으로 쩔쩔매고 있다. 한쪽에선 일자리를 못 구해 안달이고, 또 다른 한쪽은 일할 사람이 없는 고용불일치는 대표적인 학력 인플레의 폐단이다.

이런 불균형한 인력 수급구조로는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춘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학력에 비해 업무 수준이 낮으면 적정 학력자가 일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능률이 더 떨어지게 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학력 인플레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대학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지난해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73% 정도였다. 그나마 82%까지 치솟았던 2, 3년 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대학은 많고 학생은 적다 보니 재학생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등록금만 내면 출석을 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는 엉터리 대학도 많다. 이런 대학들은 사회와 국가 발전에 걸림돌일 뿐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국가적 과제다. 대학 시설과 지원 비용은 전문 기술인력 양성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보다 근본적 해결책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혁신하는 일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대학 진학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기업들이 적극성을 보이면 못할 게 없다. 차기 대권 레이스를 펼치는 주자들이 팔을 걷고 나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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