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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근혜 후보가 극복해야 하는 난제들
박근혜 의원이 85%의 압도적인 지지로 새누리당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됐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근소 차로 패한 지 5년 만에 일단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박 후보는 헌정 사상 유력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다. 또 집권에 성공한다면 2대 대권의 첫 사례가 된다. 그에 대한 수식어는 이처럼 더 화려하고 복잡해졌다. 더 버겁고 더 무거운 난제들을 안게 됐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선출 직후 “한 달간 바짝 뛰겠다”는 말을 유난히 강조했다. 비례대표 공천헌금 파문을 털기 위한 초강수 정치개혁을 염두에 둔 듯하다. 부패의 늪에서 대권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 후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로선 일생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본선도 본선이지만 사상 첫 남녀 성(性) 대결 대선 구도라는 점에서 전략 수립 자체가 용이치 않을 것이다. 당장 당내 화합이 우선과제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방의 적보다 정작 더 두려운 적은 내면에 있는 법이다. 친박, 비박, 반박이라는 비상식적 용어부터가 당내 패거리 문화의 증거다. 경선 출발선상에서의 불협화음, 경선과정에서의 감정의 골을 시급히 메우는 일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박 후보 자신이다. 바로 대세론이다. 여당 경선투표율이 41%라면 수치스런 일이다. 하나 마나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사상 최저 투표율에 사상 최고 득표라는 기이한 선거 산물이 박 후보의 새 직함이다. 당내 팽배한 낙관론부터 지워야 한다. 대선을 마치 떼놓은 당상쯤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캠프 재정비가 시급하다. 과잉충성이나 분파는 조짐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불협화음의 진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공약의 키워드라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모습도 흉하지만 더 문제는 앞뒤 안 가리고 몰아붙이는 ‘돌관형’ 인사이다. 자칫 급진적 공약이나 무모한 한탕주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대선캠프 안에 인의 장벽을 치고 공신 행세를 하다 역풍을 맞은 사례는 전에도 숱했다.

‘과거 연줄’은 여전히 악재이자 변수다. 야권이 검증은 이제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5ㆍ16과 유신, 정수장학회 등은 낱개로도 충분한 아킬레스건이다. 모른 체하거나 얼버무릴 사안이 결코 아니다. 단호하게 본심을 솔직히 내놓는 것이 현명하다. 옳고 그름은 그 이후의 문제이고 다수의 몫으로 맡겨둬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더 이상 ‘선거의 여왕’이니, ‘재기의 달인’이니 하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선은 총선이나 경선과는 본질이 다르다. 불통보다 소통을, 원칙보다는 유연성을 최우선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융통성 결여는 지지층의 다양성을 저해한다. 한번 내놓은 공약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접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는 추상적 캐치프레이즈보다 후보 수락 연설 맨 첫머리를 장식한 ‘국민 대통합’ 화두가 더 절절해 보인다. 문제는 콘텐츠다. 그 속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대선의 희비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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