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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교육 업자 배만 불리는 ‘어려운 논술’
주요 대학입학 논술시험 왜곡이 심각하다. 수험생과 지도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수리논술의 경우 공과대 1, 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고난도 문제가 출제돼 웬만큼 준비한 학생들도 한두 문제 풀기가 빠듯할 정도라고 한다. 또 인문계 수험생들은 해독조차 되지 않는 난해한 외국학자 글을 읽고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 손도 못 댈 정도의 시험이라면 단단히 잘못됐다.

논술 전형은 경쟁률이 보통 100대1을 넘는 데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너무 쉽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져 ‘어려운 논술’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학 측 해명이다. 물론 대학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수 학생들을 뽑겠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고교 교육의 파행을 불러올 정도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워본 적도 없는 내용이 시험에 나온다면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이미 논술 전형에 대비한 학원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한 교사들은 맥이 풀릴 일이다. 대학이 공교육 불신을 더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논술 출제에 현직 교사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등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처방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교육 추락의 주범인 대학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첫 단추는 학생 선발권을 전적으로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다. 수능은 대학입학자격시험 정도로 비중을 낮추고, 각 대학이 재량껏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대학은 고교 정규과정을 얼마나 성실히 이수했는지를 꼼꼼히 판단하는 전형 방식을 통해 학생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요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망국적 사교육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수능성적으로 대학을 줄 세우는 한심한 현상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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