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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볼라벤 강타, 물가안정 · 대북지원 시급
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한반도 전역을 강타,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내고 물러났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출하를 준비 중이던 사과ㆍ배ㆍ복숭아 등 농작물 낙과와 전남 완도의 전복 집단폐사는 보는 국민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일부 도서지역은 전기는 물론 인터넷과 통신이 두절돼 주민들은 그야말로 ‘섬’에 갇혀 불안에 떨었으며, 괴산 왕소나무와 속리산 정이품송 등 천연기념물도 수난을 비켜가지 못했다. 바람이 한창 심할 때는 사람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였다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역대 5위 규모의 태풍인데도 상대적으로 큰 비를 동반하지 않고, 서해안에서 100㎞ 이상 떨어져 북상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서해안 만조 시간과 겹쳐 큰 피해가 우려됐던 해일도 마침 수위가 낮을 때 태풍이 지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는 없지만 치밀하게 대비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저지대와 해안ㆍ산간지역 등 재해 취약지역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 대비 요령을 반복 방송한 것은 효과가 컸다. 가령 도시 아파트와 주택 창에 포장용 테이프를 길게 붙이거나 젖은 신문지를 덧대면 유리 파손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대부분 국민들은 알게 됐다. 최소한의 비상식량과 식수 확보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그나마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인 데는 이런 국민행동요령 실천이 한몫을 했다.

이제 재난의 상처를 씻어내는 일이 급하다. 볼라벤 피해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태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는 연간 2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도로ㆍ철도 등 국가 기간 인프라와 생산시설 유실로 인한 경제활동 차질 등 2차 피해도 만만치 않다. 신속한 복구가 뒤따라야 할 이유다. 특히 연안 어업 시설과 수확기 농작물 피해는 곧바로 장바구니 물가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 곡물가격 폭등과 가뭄ㆍ폭염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다. 비상 걸린 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서해안을 통과한 볼라벤은 황해도 옹진반도로 상륙해 북한 내륙지역을 관통했다. 방재시설이 탄탄하지 못한 북한의 피해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북한은 올여름 집중호우로 막대한 수재를 당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굳어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의외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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