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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싸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대중문화의 화두는 단연 김기덕 영화감독과 가수 싸이다. 최근 기자가 참여했던 한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도 한류 역사를 다시 쓰는 두 사람의 국제적 활약에 관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외국에서의 엄청난 열광이다. 우리 문화가 뻗어나가서 인정받은 케이스로 볼 게 아니고, 외국에서 인정받고 그 열광이 외국에서 시작돼 국내로 유입된 역풍현상의 전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케이스는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이 주류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주류, 저예산, 예술영화 제작 방식을 고수해오면서 이단아 취급까지 받았던 반면 싸이는 데뷔부터 주류 시스템내에 있었고 지금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싸이는 철저히 대중친화적이다. 대중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면서 행복해하는 거다. 반면 김기덕은 보통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기보다는 일관된 자기 세계를 고집하면서 주목받은 것이다. 싸이가 대중 취향에 맞추는 대중주의 전략이라면 김 감독은 대중이 자기 세계를 따라오게 하는 작가주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전략은 달랐지만 둘 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사람을 놓고 ‘문제의식의 성공'이자 ‘소통방식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본이 불러일으키는 폭력성을 이야기하는 ‘피에타'가 아직 보기에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영화는 ‘날것'에서 조금씩 절제돼가고 세련돼간다. 초기에는 극단적인 폭력과 성적인 학대 장면으로 그의 영화는 평론가로부터 ‘패니스 파시즘' ‘자궁에서 도 닦는 남성 판타지' 등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것도 있다.

‘피에타'에는 자본주의의 사채업자 하수인(이정진)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에게 신체 훼손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은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무서운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공포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정진이 지은 죄에 대해 선택하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이 한 방이 영화를 큰 작품으로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귀국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할 당시 머리에 무엇이 떠올랐냐는 질문에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 박스를 나르던 15살때의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공구상이 밀집한 청계천은 ‘피에타'의 배경이다. 그러면서 “내 영화가 국내에는 많이 걸리지 않아 보기 힘들다”면서 주류 상업시스템속에서 피해를 보는 저예산 영화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 스크린 독과점 등 주류시스템을 일관되게 공격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받았던 홀대와 푸대접은 그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내공과 전투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전술과 전략이 보다 세련되고, 마케팅도 전문가 수준급이다.

싸이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지만 소통을 위해 기꺼이 B급 스타일을 택했다. 싼티와 코믹을 섞은 것이다.대중이 웃고 좋아한다면 C급, D급도 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인다. 미국인들은 ‘강남스타일'을 ‘펀 송'(fun song)이라 했다. 영국 코미디언 ‘미스터 빈'(로완 앳킷슨)을 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웃음이 절로 나듯 미국인들도 싸이를 보면서 그냥 웃는다. 미국 NBC ‘엘렌쇼’에 출연한 싸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옷은 클래식하게 춤은 저렴하게”라고 해 브리트니를 웃겼다.

작가주의든 대중주의든 중요한 건 이들이 기울인 소통의 노력이다. 싸이는 한글버전만으로 미국 아이튠즈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 음반을 발매하지 않고도 빌보드 차트 HOT100 차트에 오를 수 있었다. 김기덕은 왜 유독 해외영화제를 노리냐는 질문에는 “저예산영화라는 점 등으로 국내에서 배급을 못 받아 불가피하게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아야 한다. 해외에서 상을 받아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건 국내건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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