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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개미들이여, 왜 남 좋은 일만 시키나!
개미들은 늘 그래왔다. 뒷북치고 당하기 일쑤다. 횡령ㆍ배임,감사의견 거절,부도,최대주주 지분 처분 등 대형 악성 공시에 농락당하는 건 늘 개미다. 대박을 좇는 일부 개미의 일만은 아니다.



“아무리 발악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주식시장에 그동안 꼬라박은 수업료를 모았으면 그랜저 세 대는 뽑았겠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에 나온 이른바 ‘꾼’들의 대화 내용이자,개미들의 군상을 꼬집은 대사들이다.

코스닥 상장 A 기업은 주가가 3일 연속 급락하더니 급기야 넷째 날은 아침부터 하한가로 떨어졌다. 적자 회사도 아니었고,최근 공시를 보니 별 이상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폐장 직후 조회공시 요구 답변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떡하니 내놨다. 만약 이 회사에 별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미리 들어갔다면 졸지에 쪽박을 찰 뻔했다. 주가는 다음날부터 거래도 안 되는 상태에서 연일 하한가를 치며 단 며칠 만에 3분의 1 토막 났다. 더 가관인 것은 감사의견 거절 공시 직전에 주요 주주가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유가증권 상장 B 기업은 최근 정치테마주에 묶여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래량이 폭발했고 해당 대선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기 며칠 전 최대주주가 보유주식 전량을 장내 처분했다. 최대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사실을 개미들이 안 것은 이미 주가가 곤두박질친 이후였다. 다 판 뒤에 공시할 수 있는 현행 제도상의 허점이 극명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렇다. 개미들은 늘 그래왔다. 뒷북치고 당하기 일쑤다. 횡령ㆍ배임,감사의견 거절,부도,최대주주 지분 처분 등 대형 악성 공시에 농락당하는 건 늘 개미다. 대박을 좇는 일부 개미의 일만은 아니다. 중요 정보의 ‘설거지’는 개미의 몫이 돼왔고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보 접근의 통상적인 순서를 따지자면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대주주가 1순위가 될 것이다. 이어 기업의 담당 임원이나 공시담당자,그리고 정보수집 능력이 한발 빠른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증권사 애널리스트,맨 마지막이 일반 투자자일 것이다. 특히 해당 정보가 악재일 경우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실제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 박진우 교수가 2005년 1월부터 6년간 횡령ㆍ배임으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110개 기업의 전후 주가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다. 조사 결과,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시점보다 평균 7거래일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별 매매패턴이다. 개인과 기관ㆍ외국인이 정반대 방향을 보였다. 조회공시 요구 전 20거래일부터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를 시작해 10거래일 전후부터 매도를 본격화했다. 반면 개인은 계속 사들여 피해 규모를 키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우월한 정보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조회공시 요구일 이전부터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박 교수는 이런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두고 정보분석 능력보다 정보수집 능력의 격차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에서 정보가 분석이 아닌 수집의 대상이라는 결코 웃지 못할 결론인 셈이다.

배가 난파하면 쥐가 가장 먼저 안다고 한다. 난파 전에 개인투자자를 구출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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