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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직 경제장관들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答
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11명이 정치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논쟁에 대해 해법을 내놓았다. 한국선진화포럼이 25일 주최한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이들은 모든 주장을 민주화라는 말로 포장하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대선 전략으로 경제민주화를 높이 외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방향 제시 없이 대기업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에는 박정희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인사들이 고르게 참석했다는 점에서 균형 감각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토론의 핵심은 대기업집단(재벌) 규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하며, 이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우선 매진해야 하고, 이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함과 동시에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벌의 문제점은 고쳐야 마땅하나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강점은 살리라는 주문이다.

이용만 전 재무장관의 경우는 “부자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 기업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사회가 변한 만큼 대기업도 잘못을 고치고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부에 의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거나 투자의욕이 저하돼 기업들이 하향평준화되면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모두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폐해는 시정하되 출자총액제한제도,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같은 제도 도입은 신중하라는 요구는 새누리당부터 우선 주목할 부분이다. 그동안 누차 강조했듯이 출총제는 자회사 방식의 신규 사업 진출을 봉쇄하는 결과가 돼 기업의 투자활동 및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이들 역시 거듭 강조했다. 외국 투자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꼼짝없이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고급 인력 빼가기, 골목상권 장악 등 몇몇 대기업의 부조리한 관행이 결국 경제민주화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참석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는 점이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일자리를 화두로 내걸면서도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원로들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해법에 더 귀를 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천방안을 우선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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