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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나는 누구인가
2003년 어느 봄날, 필자는 전남 곡성의 한 시골마을 이장 앞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그 마을은 귀농자를 받아들일 때 이장이 면접을 봐서 가부를 결정하는 특이한 곳이었다. 이장은 뜸을 들이다 질문을 던졌다. “선생께서 우리 마을에 오시면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네, 저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고, 이 마을에서 받아주시면 마찬가지로 열심히 농사지으며 마을 일에 성실하게 협조하겠습니다”고 대답했다. 이미 회사에서 면접관 경력을 십수 년 쌓은 몸이 아니던가? 스스로 생각해도 명답이라고 안도하는 순간, 이장은 “아니 그런 거 말고요. 예를 들면 자장면을 잘 만든다든지, 머리를 잘 깎는다든지 그런 거 말입니다”고 재차 물었다. 그런 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거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장님, 정말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아이구, 김 선생님.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매년 떼거리로 옵니다. 좀 실질적인 걸 말씀해 보십시오”라며 퇴짜를 놓는 게 아닌가? 회사 일이라면 똑 부러지던 김 이사가 시골 이장님 면접에서는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것이다. 



현역으로 있을 때는 직장 명함이 곧 나다. 무슨 회사에서 무슨 일을 맡고 있는 무슨 담당 임원이 나였다. 그러나 그 명함을 떼고 세상에 홀로 나서니 나를 설명할 길은 ‘성실한 사람입니다’가 유일한데, 그런 사람은 매년 떼거리로 온다는 것 아닌가!

직장인들이여!! 그대는 시골 이장님 면접을 무사히 통과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허한 인생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회사에서 아주 잘나가고 있는 유능한 당신이라 할지라도 가끔씩 회사 명함을 떼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라.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성공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김용전 (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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