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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요우커(遊客)들은 돈 싸들고 오겠다는데…
2015년이면 1억명이 넘는다는 중국 해외여행객. 장차 10~20%는 잡겠다는 전략 필요. 바가지 상혼 근절은 물론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고 한ㆍ중ㆍ일 해저터널 건설 협의도 본격화해야.


올 추석명절에 10만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가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그들이 뿌리고 갈 돈은 수억달러, 2000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는 게 한국관광공사의 추산이다.

중추절(9월 30일)에 국경절(10월 1~7일)까지 8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중국 대륙은 이미 엑소더스로 들썩이는 모양이다. 무려 3억6000만명이 연휴에 국내외 여행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상상해 보라. 미국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여행가방을 싸고, 이웃 캐나다에서 5000만명이 따라 나서줘야 비슷해지는 풍경이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2000년대 들어 매년 20%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NTA)은 2005년에 2800만명이던 것이 올해 7800만명을 넘어 2015년에는 1억명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마 전 이홍구 전 국무총리로부터 들은 여담 하나. “스페인에 갔더니 고위인사들이 우리를 굉장히 부러워하더라. 인구 14억 중국을 이웃에 뒀으니 얼마나 행운이냐… 정열의 나라라며 연간 5000만명 이상이 스페인을 찾아오지만 자기 차로 오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별 도움이… 경제대국 중국을 상대로 관광사업만 잘해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 없지 않으냐며….”

귀담아 들을 얘기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여행객은 6300만명, 이 중 220만명 정도가 한국을 찾았을 뿐이다. 고작 3% 정도. 이게 어디냐며 펄쩍 뛸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정색하고 보라.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로 성한 나라가 거의 없다. 웬만한 유럽 국가가 중국을 이웃에 뒀다면 방과 거실을 내주고서라도 적어도 연간 2000만명쯤은 욕심을 낼 게 분명하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중국 요우커들의 씀씀이는 대단하다. 지난해 1인 평균 200만원은 너끈히 쓰고 갔다. 폼만 잡거나 자린고비인 미국, 일본 관광객을 훨씬 능가한다. 유명 백화점 명품관에는 단번에 수천만원을 결제하는 VIP 요우커가 숱하다고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하기 나름이다. 고질적인 바가지 상술 근절이 필요하다. 상인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쪽박은 불 보듯 뻔하다. 양보다는 질이다. 고급상품을 내놓고 당당하게 값을 받자는 것이다. 그들도 더 이상 싸구려를 원치 않는다. 의료ㆍ미용ㆍ성형ㆍ혼수ㆍ예단 등 연계상품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양화할 수 있다. 관광당국이 선도할 일이다.

숙박시설 등 인프라 확충은 10년 전에 왜 미리 준비 못했나. 돈을 싸들고 오겠다는 데도 못 받는다면 이보다 더 멍청한 일도 없다. 오피스텔이나 쇼핑몰 등을 호텔로 개조하는 붐이 일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열 곳 이상 대형 호텔을 짓는 경기도가 그나마 앞선 케이스다. 한강 일대 노후 아파트를 재정비해 일정비율 장기체류 시설물을 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때마침 재계가 한ㆍ중, 한ㆍ일 간 해저터널 건설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성사되면 관광과 물류 인프라로는 종결판 아닌가. 요우커 모시기, 대선주자들이 눈독 들일 만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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