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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김형곤> 영업이익과 환율, 그 불편한 진실
최근 대기업의 연봉 수준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보다는 갸우뚱해진다. 많이 벌었으니 직원들에게 베푸는 두둑한 인심은 인지상정이겠지만 환율과 물가에 생각이 미치면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한솥밥을 먹게 된 주우식 전 삼성전자 부사장(현 KDB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이 2008년 말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KDB금융그룹 회장)을 찾은 적이 있다. 인사차 방문한 자리였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는 고환율 정책을 편다며 MB정부에 대한 비판이 컸던 때다. 주 부사장은 “환율 덕에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내년에 일 한번 낼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그러자 강 장관은 (웃으며) “그럼 정부 덕 봤다고 홍보도 좀 하지 그래”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너무나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에서 환율 효과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관료 선후배 간의 가벼운 덕담 수준이었지만 적어도 현 정부가 환율에서만큼은 우리 기업에 인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은 3분기 어닝 시즌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만 무려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차, 기아차 3개 기업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 합계가 36조7000억원으로,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올해 총 순이익 추정치 67조5000억원의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이들 기업의 품질 경영을 위한 각고의 노력,과감한 글로벌 마케팅,한발 앞선 시장 개척 등을 결코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가격 경쟁력,특히 환율 효과에 의한 가격 경쟁력이 기반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 대기업이 MB정부에서 환율 덕을 톡톡히 본 건 사실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정부가 한때 대기업을 거세게 몰아붙이려 했던 배경에는 분명 환율이 있었다. 다시 말해 ‘대체 삼성과 현대차가 환율로 번 게 얼만데?’ 이런 섭섭함이 저간에 깔려 있었다는 얘기다. 고환율에는 물가 등 반대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엔고로 기업이 시름을 앓고 있는 반면 물가는 장기간 안정된 일본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그래서인지 최근 간헐적으로 공개되는 대기업의 연봉 수준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보다는 갸우뚱해진다. 제조업 연봉이 사상 처음으로 금융업을 추월했다는 얘기,임원 연봉은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지만 직원들 연봉에서는 현대차가 크게 약진했다는 소식 등이 기사를 장식한다. 30대 그룹사 가운데 직원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8400만원인 현대차그룹이다. 개별 회사로는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이 9000만원에 근접, 삼성생명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대기업 중에서 최근 몇 년간 연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 역시 현대차그룹이다.

많이 벌었으니 직원들에게 베푸는 두둑한 인심은 인지상정이겠지만 환율과 물가에 생각이 미치면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키워드로 ‘자만’과 ‘변화’를 꼽았다. 자만심이 현실 인식을 둔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변화 타이밍을 놓치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노키아,코닥, 소니 등 망가진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의 수출 대기업들이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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