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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증인 무더기 불출석은 국회의 자업자득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증인 채택과 출석을 둘러싼 파열음은 여전하다. 침이 마르도록 정치 쇄신을 약속하기에 ‘이전과는 다르지 않을까’ 일시 기대했지만 ‘역시나’다. 더욱이 대선전이 겹치면서 정략적 증인 채택과 소모적 정치 논쟁에 정책감사는 실종된 지 오래다. 언제까지 이런 한심한 모습을 지켜봐야 할지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교과위는 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감 파행을 이어가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정무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대선후보 관련 증인들을 불러놓고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바빴다. 그나마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출석하는 바람에 허공을 향한 난타전만 벌인 꼴이 됐다. 금융감독기관이 저축은행 정기검사 때 점검할 정도의 사안을 굳이 국감장에서 증인을 불러 따지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회장급 최고경영자(CEO)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이는 구태도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국회는 사기업 경영진을 임의로 부를 수 없다. 국정감사 대상은 국가기관과 광역시도, 기타 공공기관 등이며 국가 예산과 정부 정책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국민을 대신해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국정을 감사하는 것이지 기업감사가 아니다. 물론 국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관계자의 증언 청취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무책임자들을 조용히 불러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내용도 잘 모르는 회장을 출석시켜 죄인 다루듯 호통치고 망신을 주려는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회가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증인들을 마구 채택하다 보니 증인들도 국회 출석을 가볍게 여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11일 정무위 국감에서는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기업인 증인들이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화관광위원회에도 핵심 증인들이 자리를 비웠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국회가 무차별 증인 채택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경우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업 이미지는 물론 대외 신인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관련 증언이 꼭 필요한데도 증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관련 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 권위가 서고, 국정감사도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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