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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내려놓고 비우니 더 크게 채워 주더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불구
OECD국 자살률 1위 그림자도…
돈·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삶 반추·성찰의 시간 가져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 세계에서 공산품 라이프사이클이 가장 짧은 나라, 모든 것을 가장 빠르게 해치우고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바로 대한민국이다.

성취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고 또 뛰어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우리, 이제 우리 자신들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랬듯이 필자인 나도 정말 바쁘게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극히 일부 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이 있는 지방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그것도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내 머리를 맴돌았다.

사회활동이 많아지고 맡은 직책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이 의문은 내 몸속의 암덩어리처럼 커갔지만 치유할 생각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저 완행을 타다 급행을 타고 좀 더 빠른 KTX를 타면서 속도의 편리함을 즐기듯이 그저 내 삶도 그렇게 살았고 그것이 사회적 성장의 의미로 여겼으며 오히려 이탈을 두려워하면서 살았다. 바빠질수록 비례해서 행복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일에 대한 철학 빈곤과 영혼이 메말라 가는 목마름을 깊이 느껴왔다.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엷어지고 다음 당선만을 위해 뛰는 내 자신을 보고 많은 고민 끝에 잠시 쉼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바쁜 생활에서 벗어난 지금 나는 많은 편안함을 느낀다. 마치 오랜 갈증 끝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안도감도 느낀다. 전에는 빨리 이동하면서 보질 못했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이제는 걸으면서,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오르고 얻으려 하면서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내려놓고 버리면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돈이 많아질수록 더욱 돈 생각만하고, 돈에 더 집착하게 된다는 고이게 류노스게 말처럼 돈뿐만 아니라 일 모두 깊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도 한국인은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서서 주위를 다시 둘러보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잠시 하는 일을 중단해 보자고 제안한다. 살기 어려운데 별 황당한 소릴 다한다고 핀잔을 줄지 모르지만 깊이 있는 삶과 나은 사회생활 나아가 의미 있는 성취를 위해서라도 해볼 가치가 있다. 지금 바쁘게 하던 일에서 그리고 돈에 대한 집착에서 일단 중단을 해보자. 중단의 시기는 길어도 짧아도 좋다. 가족과 의무적으로 갖는 휴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중단한 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살아온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보자는 것이다.

집착하면서 일만하고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소홀했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살아도 좋은 것인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것이다.

중단이 어렵다면 줄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불필요한 약속과 일정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천천히 움직여 보자. 승용차에서 내려 버스와 전철을 타고 또 걸으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고 내 인생을 반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틈틈이 어려운 삶의 현장을 찾아보고 봉사도 해보면서 삶의 뜻을 되새기는 것도 해볼 만하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삶에서 해방감도 맛보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늘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성찰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더 원숙하게, 깊이 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리고 더 큰 성취를 우리에게 주지 않을까? “내려놓고 비우니 더 크게 채워 주더라”, “천지란 만물이 잠시 쉬어 가는 곳이고. 세월이란 끝없이 뒤를 이어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은 것”이라는 좋은 말들도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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