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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답답한 박근혜식 정수장학회 회견
도대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대통령 꿈을 접은 사람처럼 보인다. 21일 오후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회견을 보고 단적으로 느낀 소감이다. 나라 안보와 경제성장, 나아가 일자리 창출을 걱정하는 많은 중도층과 보수 우파들이 잔뜩 기대했던 내용과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기 때문이다.

장학회는 강압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부정축재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헌납한 재산을 마중물 삼아 기타 독지가가 내놓은 재산들을 합쳐 된 것이며, 자신과 상관없이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니 80대 중반 고령의 자신의 비서 출신 최필립 이사장도 본인이 알아서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모처럼 해명 회견을 한다기에 야당의 주 공격목표가 된 정수장학회 문제를 이번에 탁탁 털고 가는가 싶었으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우선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대선후보로서 중대 사안을 해명하는 회견 전에 내용 파악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강압에 의한 헌납이었지만 시효가 지났다고 판결했던 사실을 전혀 반대 의미로 거듭 회견 중에 말하고, 종료 후 보좌진의 설명을 듣고서야 정정 발언을 했다. 성의가 없고 국민을 가볍게 본 처사 아닌가. 둘째, 이로써 박 후보의 맹점인 불통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한층 굳어졌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당내 누구도 전달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불통 문제를 넘어 권력을 잡았을 때 얼마나 더 심해질지 우려스럽다. 셋째, 그러면서 자신의 소싯적 비서 출신 이사장 한 사람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무슨 국가 인사를 할지 걱정인 것이다.

회견은 지난번 인혁당 사건 재회견처럼 다시 해야 한다. 사과하고 이참에 정수장학회와 명실 공히 관계를 끊어야 한다. 이사장 처리도 본인과 이사진에게 맡길 게 아니라 사퇴하도록 영향력 행사를 해야 한다. 관계가 없어 못 한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같은 날 지탄 대상이던 친노무현 3인방을 퇴진시킨 것과 아주 대조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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