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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대학생에게 배우는 국제 경제/KTB투자증권 대표이사 주원
얼마 전 유럽에서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온 첫째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활자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생생한 국제 경제 강의를 듣는 듯 했다.

유럽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답변이 세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 ‘중국의 위력’, 둘째 ‘한국 가전제품과 K-팝(Pop)’, 셋째 ‘막강한 대한민국의 인프라’였다. 막상 유럽에서 배워 온 것이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배워 온 것이다. 유럽에 관한 것이라면 험난한 유럽 경제에 대한 분위기 체험 정도다.

딸이 전하길, 외국인 교환학생 모임에서 동양인은 서양 학생과 별도로 모이는데 동양 학생 중에서도 한국 학생이 소외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유는 동양 학생 대부분이 화교 출신으로 중국어에 능통해서 나중에는 중국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란다. 반면 일본 학생은 인원도 많지 않은 데다 모임에 잘 나오지 않고 일식당에 별도로 모인다고 한다. 그간의 비즈니스 경험상 왠지 수긍이 간다. 국내에서는 명동을 뒤덮은 중국 요우커들을 보며 그 위세를 실감하기도 하지만, 멀리 유럽에서 느끼고 온 대학생의 작은 경험이 어떤 애널리스트의 경제 분석보다 강하게 와 닿는다.

과거와 달리 요즘 학생들은 유럽 선호도가 높아졌다. 미국 한 지방에서의 단기 영어연수보다는 주말마다 여러 나라를 돌며 산 체험을 하는 유럽이 매력적이다. 유럽 각 지역마다 K-팝과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이 쉽사리 목격된다. 이전엔 해외를 나가면 고생 끝에 애국자가 돼서 돌아온다고 했는데, 요즘은 한국과 아시아의 위력을 느끼고 자긍심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용돈이 빠듯한 학생들은 여럿이 모여 배낭여행을 다닌다. 주요 방문지는 비교적 여행비가 싼 나라들로 공교롭게도 요즘 경제적으로 고생하는 곳들이다. 딸에게 방문국의 짧은 이미지만으로 경제력 순위를 매겨보라 했더니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크로아티아, 터키 순으로 답한다. 물가, 친절도, 치안, 청결도 등을 기초로, 딸은 신용평가기관이 정한 등급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확히 등급 순으로 국가를 나열했다. 스위스, 스웨덴 등 비용이 비싸 못가본 나라들은 유럽에서도 가장 선진국으로 신용등급 우수국이다. 독일만이 학생 입장에서 비용대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예외적인 선진국일 뿐이다. 여행 중 잠깐 느낀 경험이라 다 맞지는 않겠지만, 각 나라의 신용등급을 배낭여행 이미지만으로 나열할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산 경험이다.

지난 9월 무디스, 피치,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 한국 신용등급을 줄상향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이 과연 선진국일지는 궁금해진다. 바가지 택시, 열악한 숙박, 통하지 않는 중국어 간판 등 빈틈은 너무도 많아 보인다. 더욱이 민간 주도의 K-팝이나 산업계의 브랜드 가치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정치 행정을 보면서 우리의 진정한 신용등급은 어느 정도일지 걱정이 앞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즐기는 것도 좋고, 신용등급이 일본에 견주게 됐다고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진정으로 받아야 할 신용등급이 무엇일지, 단군 이래 가장 경쟁력을 갖춘 이때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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