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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선 조기 TV토론, 법으로 강제해야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대선후보 공식 검증은 깜깜하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로 3각 구도가 짜인 지 40일이 지났지만 서로 마주 앉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장 큰 장벽이다. 민주통합당 문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가 새누리당 박 후보에게 토론을 제의하지만 선뜻 들어줄 수 없는 구도인 것이다. 당연히 박 후보로서는 문-안 후보를 싸잡아 ‘초록동색’이라며 단일화한 뒤 한 사람이 나서라는 주장을 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니 문-안 단일화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 TV토론은 난망하다. 결국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다.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자잘한 정책을 내놓긴 하지만 진정한 정책 대결이라기보다 상대방 흠집 내기 내지는 의혹 제기에 매몰된 상태다. 게다가 과거사로 서로를 옭아매고 구태정치다 새 정치다 하며 기 싸움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파행 아닌 파행이 법과 제도의 문제라면 뜯어고쳐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박-문 후보는 공직이기에 그나마 신상정보라도 공개돼 있지만 안 후보의 경우는 기본 자료조차 가려져 있다. 특히 재산ㆍ병역ㆍ납세는 물론이고 전과 여부도 미궁인 상태다. 그러니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마치 자유형을 즐기듯 해도 탓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안 후보 측에서 자료를 내놓을 기회가 있긴 있었냐고 반박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대선이 국가 대사다우려면 정책은 물론이고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비전이나 식견, 특히 인물 됨됨이까지 있는 그대로 몽땅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에 대한 사전 검증이 장관 후보 검증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흡하다. 장관의 경우 인사 결정까지 도합 4단계 검증을 거치지만 대선 후보는 고작 내부 정치 이벤트로 뚝딱 정하고 만다.

TV토론도 대선 임박해서 이뤄지는 현재 방식이면 곤란하다. 우선 방송사 간에 사전 합의를 도출하는 한이 있더라도 몇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해 맞짱토론 형식으로 조기화해야 변별력이 커진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펼치는 TV토론의 장점을 본뜨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런 때 적극 나서지 않는지 답답하다.

결국 문제도 책임도 정당과 후보자, 다시 말해 정치권에 있다. 제도가 미비해도 정도(正道)만 걷는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찍어도 큰 차이 없고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냉소주의가 걱정된다. 선거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최대 악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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