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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버지가 임명한 특검에 출석한 아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25일 서울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사건 특검팀에 소환됐다. 아버지가 임명한 특검에게 아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청와대 경호팀의 삼엄한 경비 속에 출두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 심경은 참담하고 착잡했을 것이다. 임기 중 형은 구속되고 아들은 범죄가 의심되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불행이 아닌 국가 전체의 불행이다.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전두환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 자녀들이 검찰과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는 유례 없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 가운데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 씨와 김대중 대통령 아들 홍걸ㆍ홍업 씨는 아버지의 재임 중에 구속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이후였지만 아들과 딸이 모두 검찰에 소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제 그 대열에 17대 대통령 아들도 예외 없이 가세했다.

임기 말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레임덕을 앞당겨 국가 경영에 심대한 차질을 초래케 한다는 점에서 좌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마다 친인척 비리 척결을 다짐하지만 권력의 날이 무뎌지는 시점이 되면 아들이, 형님이, 동생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신했지만 빈말이 되고 말았다.

두말할 것 없이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특별감찰관 신설과 재산 등록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언급되고 있지만 제도가 없어 친인척 비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의 기관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다. 대통령 자신의 단호한 주변 관리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등록 때 친인척 비리가 발생하면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아예 받아두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시형 씨의 특검 소환은 우리 검찰이 얼마나 무능하고 정치적이며 권력 지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지검 최고 책임자가 내곡동 부지 의혹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권력을 보호하려는 비뚤어진 충정은 검찰의 신뢰 추락은 물론 엄청난 국력 낭비만 가져올 뿐이다. 검찰의 뼈를 깎는 자성과 환골탈태가 시급하다. 이제 남은 것은 성역 없는 특검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특검팀 역시 일각에서 우려하는 또 다른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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