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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새 대통령은 ‘교육대통령’이길 기원한다
학원비를 보태기 위해 퇴근 후에도 대리운전으로 고통받는 아버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가사노동도 벅찬데, 파출부에 주말 출장 아르바이트 전선을 뛰느라 허리 꺾이는 어머니가 있어서도 안 된다.


국가를 바로서게 할 만치 중대한 것이 교육이기 때문일까. 교육정책만큼 만들고 시행하는 데 어려운 게 없다. 큰 줄기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이를 시행하다 보면 다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난다. 신ㆍ구 정책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이렇다 보니 입시정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꾸는 것이 원칙이 돼버렸다.

결국 골탕을 먹는 것은 국민이다. “좀 나아질까”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질 때 국민들의 실망은 불신과 냉소로 이어진다.

교육의 미래,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요즘 하나같이 입을 모아 문제 삼는 것은 사교육비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 자녀 사교육비로만 지출하는 비용은 20조원이다. 한 해 정부의 교육예산에 맞먹는 규모다. 이는 또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한다. 사교육비만 없앨 수 있다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만큼 끌어올릴 수 있으리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교육비를 없애기는 어렵더라도 이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경제의 활력을 더할 것이란 믿음에 따라 추진된 것이 공교육 정상화다. 2008년 문을 연 이명박 정부도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MB정부는 대학입시에서 EBS 연계 출제를 강화해 쉬운 수능을 지향하고,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학입시의 다변화를 추진했다. 또 방과후 학교에 우수 강사를 참여시켜 사교육 수요를 끌어내리려 했고, 다른 한편으론 학원 수강을 밤 10시까지 제한하는 등 사교육 시장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한마디로 강력한 규제를 통한 사교육 억제와 함께 입시제도 및 방과후 학교 개선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B정부의 정책도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율과 경쟁이라는 정책기조를 세운 것은 옳았지만, 압력단체에 밀려 정책기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게 원인이다. 사교육비를 줄여달라는 학부모들의 호소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교육정책 분야에 정통한 한 교육전문가는 “학교 교사들의 잘 가르치기 경쟁을 유도하지 못한 것이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를 등지게 하고, 학교 밖(학원) 경쟁에 치중토록 방치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교육이 바로 서야 할 지금, 대선후보들도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후문이다. 공교육을 바로 세울 새로운 교육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정책의 어필 여부에 따라 대선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 게다. 하지만 너무 오래 뜸을 들이고 있다. 대선이 코앞인데 아직도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것이다. 어느 한편으로 몰아간다면 다른 한편의 거센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얄팍한 노림수라면 걱정이다.

이제 학원비를 보태기 위해 퇴근 후에도 밤샘 대리운전으로 고통받는 아버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가사노동도 벅찬데, 파출부에 주말 출장 아르바이트 전선을 뛰느라 허리 꺾이는 어머니가 있어서도 안 된다. 새 대통령은 교육을 바로 세우는 대통령이길,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대통령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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