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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인정보 빼내기가 이토록 쉬웠다니
개인정보가 줄줄 물 새듯 하고 있다. 구글 검색만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는가 하면, 중고 처리된 스마트폰에 데이터 복원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삭제됐던 개인정보가 생생하게 재생된다. 맘만 먹으면 수십만,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를 손안에 쥐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88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경찰에 잡힌 30대 남성은 특출한 인터넷 해커도 정보기술(IT) 전문가도 아니었다. 대학 중퇴에 ‘은둔형 외톨이’ 성향으로 몇 년째 PC에 집착해온 것이 전부인데도 웹사이트 회원망은 그에게 노리개에 지나지 않았다. 구글 검색창에 ‘회원정보’ ‘이력서’ ‘대외비’ 등 연관단어를 치고 회원정보 페이지를 연 뒤 해당 인터넷 주소(URL)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회원정보 페이지 주소를 차례로 입력해 전체회원정보를 두루마리 식으로 다운받아 냈다. 유명 연예기획사나 산부인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 100여 개 웹사이트 회원망을 표적 삼아 연예인들의 신상명세는 물론 진료 여성들의 신체 및 질병, 생리주기 정보까지 손쉽게 꿰찬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사실을 피해 사이트 보안담당자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더라는 사실이다. 개인정보가 포털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 설정만 했어도 상황은 달랐다. 마치 고리가 터진 자물쇠를 걸어놓은 격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아는 관리자로 제한하는 인증절차 조치만 제대로 설정해도 될 일이다.

개인정보 무단 유출에 스마트폰도 큰 몫을 한다. 스마트폰의 초기화작업으로 개인정보가 완전 삭제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인터넷 데이터 복원 프로그램을 적용해 몇 번만 클릭하면 그대로 복원된다. 삼성의 ‘갤럭시 S2’, LG전자의 ‘옵티머스 원’, 모토롤라의 ‘모토글램’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의 데이터 초기화를 적용하는 제품은 다 해당된다. 대상자들이 줄잡아 2500만명에 이르고, 스마트 중고폰이 한 해 500만~1000만대가 중국 등지로 팔려나간다니 아찔하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주민증 사본을 받은 뒤 스마트폰을 개통해 2만여대를 해외로 불법 반출시킨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 밀수출보다 정보 밀매가 더 문제다.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범죄소굴로, 해외로 무방비 유출되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이미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아무개 이름을 검색하면 클릭 한 번에 수백명씩 뜬다니 기가 막힌다. 돈 버는 일보다 보안시스템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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