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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행복이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꼭 이맘 때,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 있다. 다름아닌 베트남 출신의 스님 틱낫한이다. 그 해와 이듬해까지 틱낫한의 책은 무려 8종이 출간됐다. 그 중 잘 알려진 게 ‘화’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이다. 당시 종교학자 장석만은 한 계간지 서평난에 책 ‘화’에 대해 “그나마 틱낫한의 책이 우리네 한구석에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한 줄기 재생능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썼다.

틱낫한은 사회와 담을 쌓고 도 닦는 스님이 아니다. 그는 명상을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속으로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최근 선승과 명상가가 잇달아 한국을 찾고 있다. 미국 병원 200여곳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음챙김 명상 전도사 존 카밧진, 폴란드 태생으로 미국 브라운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1972년 숭산스님을 만나 제자가 된 선승 우봉, 세포유전학 박사 출신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타이틀이 붙은 프랑스 태생의 마티외 리카르 스님 등 줄줄이다.

한국치유명상학회 초청으로 온 리카르 스님은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속시켜야 할 어떤 열광적 상태가 아니다. 증오나 강박관념처럼 우리 정신에 독이 되는, 말 그대로 정신적 독소가 제거된 상태일 뿐이다.”

화, 미움, 욕구불만을 마음에 품고 ‘나는 행복하다’를 열심히 되뇌어봤자 소용없다. 요즘 우리 사회에 힐링이 넘치는 건 그만큼 사회와 개인에 독소가 꽉 차 있다는 말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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