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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中 · 日은 유럽기업 M&A에 혈안인데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 인수ㆍ합병(M&A)에 극성이라고 한다. 재정위기 장기화로 소비침체에다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알짜 사업을 내놓는 기업들이 느는 때문이다. 유럽 기업 도산은 올해 더 심해져 매물 기업 수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어서 지금이 유럽 기업의 군살빼기를 사업기반 확대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 간 M&A에서 일본이 453건, 중국이 195건인 데 비해 우리는 초라하게도 82건에 그쳤다. 일본은 L자형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자 해외 M&A를 경제 활로 출구로 삼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이미 360건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엔고를 등에 업고 더 과감하다. 국가 주도인 중국은 경제 내실화를 기치로 M&A를 통한 선진기술 확보에 혈안이다. 중국투자공사가 프랑스 에너지기업인 GDF수에즈그룹의 원유ㆍ가스 탐사 및 생산사업 부문 지분을 프랑스 측이 제시한 것보다 20% 이상 헐값에 사들인 것이 좋은 예다. 작년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는 104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우리의 경우 국가경제나 기업 규모에서 중ㆍ일에 뒤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M&A 여력이 충분한 기업마저 정치적 불확실성에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속화로 투자를 꺼린다. 올 상반기 총 해외직접투자는 113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원화절상 호기가 무색하다. 이러다 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M&A 등 해외투자와 관련, 법과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일수록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 총수들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제약받고, 여차하면 배임죄도 모자라 가중처벌까지 법제화하겠다는 정치권이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주력사업 매진을 위해 유망 분야 사업도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유럽 기업 대표 비율이 25%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는 제약, 친환경 산업과 유럽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환경,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 원천기술은 물론이고 고급 브랜드, 신흥국 네트워크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유럽 기업 M&A는 필수과제라는 생각이다. 머뭇대면 이미 때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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