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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고용이 최상의 복지다
대통령 선거전이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프레임을 놓고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일자리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일자리는 꿈과 희망 그 자체이자 최상의 복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모 대학 지방캠퍼스에서 특강을 했다. 주제는 ‘미디어의 세계’였다. 하지만 맡은 직책이 산업부장이다 보니 강의는 대기업들의 취업 트렌드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취업 시장에서 여전히 소외받는 지방캠퍼스 학생들. 그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다. 결국 학력 스펙의 장벽을 걷어내고 있는 삼성 등 기업들의 얘기를 꺼냈다.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을 것 같은 학생들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안겨줘 보자는 건방진(?) 시도였다. 반응은 냉랭했다. 질문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2시간 내내 원맨쇼를 하다가 비참함을 느끼고 강의를 접었다. 강의 후 학생 몇 명에게 “취업에 관심이 없나”란 질문을 던졌다. “취업이야 미치도록 하고 싶죠. 경기가 어렵다잖아요. 그런데 어디 마땅한 일자리가 있나요.”

다소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여전히 서울지역 대학생들과 견주어 높은 취업장벽을 절감하는 지방 학생들에게 국한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팔팔하게 뛰며 꿈을 꿔야 할 청춘들이다.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청년 구직난. 그들이 일자리 구하기 자체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 만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증가한 취업자 수는 43만명이다.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늘린 숫자가 그 정도다.

내년은 상황이 더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증가할 일자리를 32만개 정도로 봤다. LG경제연구원은 20만명대(28만명)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3%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젊은 청춘들은 적어도 일자리에 있어서 빙하기 속 늙은 청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일자리의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의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까지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100명 안팎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예상보다 적은 신청자에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퇴직금 및 위로금이 2억~3억원에 달하는 등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특A급’ 조건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돈보다 고용안정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청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중공업의 경우는 눈물겹다. 긴긴 파업 사태를 겪은 한진중공업은 지난 9일 1년9개월 전 정리해고된 현장근로자 92명을 재취업시켰다. 노동계, 정치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첫 출근길에 나선 근로자들은 또다시 휴업에 들어가야 한다.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다시 생존을 위한 기약없는 ‘알바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전이 바짝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프레임을 놓고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미래를 위한 현재의 고민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일자리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제라도 그 프레임 전쟁의 맨 위에 일자리를 올려놓으면 어떨까. 일자리는 꿈과 희망 그 자체이자 최상의 복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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