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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양봉환> 살아있는 R&D가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 투입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효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90%를 상회하는 높은 과제 성공률에 비해 20~40% 수준의 낮은 사업화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다.



최근 신문지면에는 좋지 않은 경제 전망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출은 주춤하고 침체된 내수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고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술개발 투자를 줄인다. 하지만 우리는 몇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배운 교훈이 있다. 어려울수록 과감히 기술개발에 투자한 기업이 위기 이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 해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정부는 15조원을 지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 투자 규모로는 6위 수준이다. 정부가 이처럼 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을 이루어내기 위함이다. 지난 10년간 국가 R&D가 3배 늘 때, 고급 기술인력은 2배 이상 증가하였다. 특히 중소기업 R&D는 정부 지원 1억원당 7.3명의 고용 창출과 8억8000만원의 매출 발생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R&D를 통해 기대하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투입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효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90%를 상회하는 높은 과제 성공률에 비해 20~40% 수준의 낮은 사업화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이전과 사업화에 대한 우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작년에 정부가 대학과 출연연에 투입한 R&D 예산은 9조5000억원으로, 전체 정부 R&D의 63.8%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 전체에 투입된 예산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우리나라의 과학 인프라를 세계 5위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과 출연연의 응용 및 개발 분야 연구 성과 대부분이 논문 발표나 특허 출원에만 그치고 사업화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특허의 질을 판단하는 피인용 건수만 봐도 국내 대학과 출연연은 미국에 비해 5배에서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면에서 기관이 보유한 전체 특허 중 기술이전을 통한 활용률이 45%가 넘는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나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키워낸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그간 선진국 추격형 R&D 전략을 통해 짧은 시간에 세계 10위권의 GDP와 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불확실성은 점점 커져가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술선도형 R&D로의 변환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은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학과 출연연은 여기에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작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둔 기술개발이 답이다. 당장의 실적 제출을 위한 기술개발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술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제2의 프라운호퍼나 스탠퍼드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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