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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화균> 콜라파고스가 두렵다
‘콜라파고스’는 남의 일일까. 삼성전자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까. 한국의 브랜드 가치, 한국의 수출은 언제까지 승승장구할까. 기업가정신이 위축된다면 우리 역시 콜라파고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은 자명하다.


‘수출 100억달러.’ 이 문구는 ‘공산당이 싫어요’와 함께 1970년대 우리 어린이들을 세뇌시킨 금언이었다. ‘수출 100억달러 시대가 열리면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이는 꿈과 희망 그 자체였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 경제는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개별기업 하나의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시대다. 올 연말 우리는 세계 무역 8강에 자리하게 된다. 유럽의 강자 이탈리아도 제쳤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가브랜드 가치도 세계 9위에 진입했다.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국이라고 외칠 수 있는 때가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의 경제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좋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휘청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이라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왠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만약’이라는 불안한 가정법이 뇌리를 계속 맴돈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글로벌 전쟁에서 패한다면? 만약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덫에 걸린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이 가정법은 여전히 탄탄하지 못한 우리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든 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포감도 여전하다.

더 큰 불안감은 기업가정신의 위축이다. 기업가정신은 오늘의 한국, 내일의 한국을 이끌어갈 힘의 원천이다. 상생이 더해졌지만 기업가정신의 근간은 여전히 불굴의 도전정신이다. “당신 해보기나 했어.”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이 한마디는 개발연대 우리 경제의 금언이었다. 도전은 혁신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남들이 두려워서 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내는 그것이 도전정신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정치적ㆍ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업들은 투자도 고용도 미루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불꽃이 튀어야 할 젊은이들의 눈에서는 현실 안주의 슬픈 그림자만 보인다.

요즘 일본 경제를 놓고 ‘잘라파고스(Jalapago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일본의 영문 국가명인 Japan과 고립무원의 땅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의 합성어다. 현실에 안주, 혁신을 게을리 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의 몰락을 빗댄 말이다. 패전을 딛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던 일본의 전설, 휴대용 오디오인 워크맨 하나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니의 신화는 이제 ‘게으른 자의 실패 스토리’로 낙인찍혔다.

우리는 과연 어떨까. ‘콜라파고스(Korea +Galapagos)’는 남의 일일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까. 한국의 브랜드 가치, 한국의 수출은 언제까지 승승장구할까. 도전으로 상징되는 기업가정신이 계속 위축된다면 우리 역시 콜라파고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은 자명하다.

마침 이번 주는 기업가정신 주간이다. 재계는 각종 행사를 통해 기업가정신 되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우리 아들과 딸들의 활기찬 미래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차기 국가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전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2강전으로 압축됐다. 이제라도 과감히 ‘기업가정신 되살리기’를 공약집 상단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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