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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통렬한 자기반성이 검찰 개혁 출발점
검찰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현직 검사가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데다 성추문 사건 파장이 검찰의 정풍(整風)과 개혁 바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을 위한 검사장 회의가 벌써 세 번째 열렸다. 더 주목되는 것은 평검사들의 기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들이 26일 처음으로 평검사회의를 소집했고,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지검 단위 평검사회의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줄줄이 소집이 예정돼 있다. 회의에 임하는 검사들의 표정에는 비장감마저 감돈다고 한다. 그만큼 현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오죽하면 대선후보들이 상설특검제 등 저마다 검찰 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겠는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불미스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환골탈태를 외쳤지만 검찰이 달라졌다고 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검찰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검찰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어떤지 냉정하게 말해주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지금은 검찰 출범 이래 최대 위기다. 더 이상 검찰의 위상이 추락하면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벼랑끝에 몰려 있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검찰이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주체가 될 판이다. 검찰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까닭은 이렇게 절박하다. 검찰은 수뇌부 퇴진과 함께 대검 중수부 폐지 등 다각적인 개혁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뼈를 깎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하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다. 이게 선행되지 않는다면 백약을 처방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차제에 검찰은 배수진을 치는 각오를 담은 개혁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 핵심은 ‘검사스러운 검사’가 아닌 ‘검사다운 검사’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평검사들이 그 주축이 돼야 한다. 검사동일체라는 틀에 묶여 이번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

다만 검사 성 추문 사건으로 이제 막 배출을 시작한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검찰의 기강과 수사권 남용에 관한 사안이지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에 흠집을 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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