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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권력기관들’ 의 개혁 방안
대통령이 임명하는 ‘권력 수장’
회전문식 인사관행 지속되는한
행정기관 정치적 독립은 요원
脫정치화 위한 특단 대책 절실



소위 ‘권력기관들’의 수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초 ‘그림로비’ 사건으로 수장이 불명예 퇴진한 국세청, 감사위원의 부정부패 연루로 곤혹을 치른 감사원, 다수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저축은행 부실을 예방하지 못한 금융감독원, 수사권 독립 문제로 갈등을 빚던 고위간부가 ‘좌천’된 경찰청, 거액 뇌물비리와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내홍을 앓고 있는 검찰청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기관들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대선 기간인지라 이들에 대해 경쟁적으로 개혁 방안들이 나오는 중이다.

그런데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 기관들을 개혁하려면, 국가기구 조직화의 기본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 현대 행정의 조직화 원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정치-행정의 이원론과 일원론이 그것이다. 전자는 정책의 결정은 정치가, 집행은 행정이 각각 담당하도록 엄격히 구분한다. 행정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정책집행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후자는 행정의 조직화와 인사도 정치적으로 하되, 공개적이고 다원적으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한다. 행정의 중립성이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만큼 아예 노골적으로 ‘정치화’하되 그 책임 또한 정치적으로 지도록 한다는 논리다.

먼저 유럽에서 근대 국가의 태동과 더불어 뿌리를 내렸고, 19세기 말부터는 미국도 제도화를 서두른 방식은 정치-행정 이원론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의 권력기관들도 대체적으로 이 ‘탈정치화’ 원리에 따르는 시늉을 했다.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이 법무행정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되, 그에 의거한 법집행은 검찰청이 담당한다.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금융정책과 감독기준을 수립하도록 하되, 집행은 금감원이 수행한다. 내각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원으로 하여금 행정기관들을 감사하도록 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간의 관계 설정도 마찬가지 원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권력기관들은 무늬만 그럴듯할 뿐 속을 들여다보면 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2년 단임의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검찰총장에 의해 검찰 인사가 좌우된다. 오랫동안 검찰청을 출입했던 한 중견 기자는 “근엄하기 그지없는 검사님들이 ‘인사’ 이야기만 나오면 안절부절못하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검찰의 탈정치성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 수 없다. 임기 3년의 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감원의 탈정치화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현실적이다. 4년 임기의 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감사원이 내각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주장도 비논리적이다. 감사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위원회 등의 합의제 조직도 탈정치화에 기여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다.

이와 같은 제도상의 한계에 더하여, 고위공직자들의 ‘돌려막기식’ 인사 관행도 행정기관들의 탈정치화를 어렵게 만든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감사원장은 장관이나 총리로 각각 ‘영전하기 위한 뜀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금융감독 기능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금감원장은 대법원장에 버금가는 명예와 보상을 주되 마지막 공직이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권력기관들의 탈정치화가 제대로 실현되도록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정치-행정 일원론을 적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유사 병렬조직들을 신설해 서로 견제하도록 다원화하고, 인사도 아예 내놓고 정치적으로 하되, 그 책임도 정치적으로 묻는 방식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하게 무늬만 그럴듯한 방식으로는 개혁이 어렵다. 이원론과 일원론 가운데 어느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는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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