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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깊어가는 고령화 수렁
지금부터라도 노인 인력 풀을 만들고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최고의 복지다.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대선 당선자는 이를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선 고지를 향한 여야 후보의 피말리는 승부가 곧 가려진다. 그러나 누가 승자가 되든 샴페인을 즐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당선 통지서를 받아드는 순간 만인지상(萬人之上)의 권력과 함께 짊어져야 할 난제들이 첩첩이기 때문이다. 북한 장거리 로켓 시위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미국 일본 중국 새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 글로벌 경제위기와 더 짙어진 불황의 그림자…. 당장 지도력을 시험할 현안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안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이 걱정이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른 일시적 불황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구조적 장기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저금리-저성장의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은 우려를 넘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그 우려의 한복판을 고령화 문제가 관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압박하는 최대 난제다. 2050년이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인구 10명 중 4명(38.9%)에 달해 선진국 평균(31.9%)을 훨씬 웃도는 세계 최고의 ‘노인국가’ 대열에 들 것이란 유엔경제사회국(DESA)의 경고가 엄중한 현실을 거듭 일깨워준다. 2012년 현재 고령층 인구 비중(16.7%)을 감안하면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절박하고 불편한 진실을 당선자는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를 헤쳐나갈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TV토론회와 공약집을 아무리 들춰봐도 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기초노령연금을 대폭 올려준다는 소리는 그저 외마디 비명처럼 들릴 뿐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고, 알고도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이미 우리 노인들은 심각하게 가난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5.1%. 노인 둘 중 한 명은 빈곤층이라는 소리다. 그나마 지금은 사정이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6.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그 수가 1.6명으로 확 떨어진다. 노인 수발하느라 미래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고령화의 수렁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방법은 노인들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수명 100세 시대에 50대에 일손을 놓고 늙어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가 청년 일자리만큼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일자리 수준이 주유소 기름 넣기와 지하철 택배 정도가 돼선 곤란하다. 각자의 경력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한 일자리라야 의미가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나 불가능할 것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노인 인력 풀을 만들고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 일을 전담할 재단법인의 설립은 필수다. 다만 정부는 적극 협력하되 운영에 일절 관여해선 안 된다. 그래야 정권의 성격에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두말할 것 없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노령화 문제를 풀어가는 단초도 여기에 있다. 우리 미래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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