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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골적인 日 엔低공세, 저지할 방책은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세계가 군국주의 부활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염려스러운 것은 엔저(円低) 시대의 본격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다. 아베 총재는 이번 총선전을 통해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엔화를 찍어내겠다”며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를 불사하는 공격적 금리정책 공약을 내걸었다.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 등 그 후유증이 적지 않겠지만 ‘잃어버린 20년’의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 출범을 앞두고 일본 금융시장은 엔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증폭되는 모습이다. 17일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8개월 만에 1만 선에 다가섰고, 달러당 엔화 가치는 84엔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엔화를 본격적으로 풀면 내년 말에는 90엔 선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금융시장에서 나돌고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는 아예 2013년을 ‘엔화 약세의 해’로 규정했을 정도다. 일본의 환율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의 기대감이 커질수록 우리 경제는 그만큼 주름살이 더 늘어난다. 엔화 약세는 우리 수출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협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로선 무기를 내주고 싸우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가량이 엔화 약세가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답했다.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이 그 대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잇단 양적 완화로 달러에 대한 원화 값이 크게 떨어져 우리 기업들의 걱정이 큰데 엔화 약세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실제 자민당 승리가 확정된 날 달러 대비 원화 값은 1072.5원으로 장을 마쳐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에 육박하던 원/엔 환율도 이날 1274원대로 떨어졌다.

물론 일본의 저환율-저금리 정책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가 부채비율이 230%를 넘어 위험수위에 이른 일본으로선 여간 부담이 아닐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일본으로 옮겨붙을 위험도 크다. 우리로선 이런 모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마른 수건을 짜는 자세로 기업들은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정부도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더 낮은 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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