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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1’자 대신 굴곡진 목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버스 맨 뒷자리가 비어있어 여유롭게 앉아가다가 우연히 앞부분에 앉아있는 승객들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약속이나 한 듯, 한 곳에 집중해 고개가 앞으로 쏠려있는 듯했다. 물론 잠시 졸거나 잠에 빠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체는 의자에 고정되어 있고 고개만 앞으로 쑥 빠져나간 것이다. 대부분 휴대폰에 집중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거북목’의 양상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우리 몸 전체의 중심축이 되는 척주는 목뼈 7개, 가슴뼈 12개, 허리뼈, 5개, 엉치뼈 1개(성인의 경우 4~5개의 엉치뼈가 융합됨), 꼬리뼈(3~5개의 분절뼈)가 하나의 기둥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척주는 옆에서 보았을 때 ‘S자 모양’의 만곡이 형성돼 있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에 일자로 올곧은 형태가 아닌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연골을 보호하기 위해 ‘S자 모양’으로 굴곡이 생긴 것인데 정상적 굽이라면 목뼈는 전방의 만곡, 가슴뼈는 후방의 만곡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거북목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아래쪽 목뼈는 과하게 구부러지고, 위쪽 목뼈와 머리뼈는 머리를 젖히는 방향으로 배열돼 목뼈의 전방 굴곡을 잃게 되고, 머리가 숙어지지 않은 상태일 때에는 고개가 앞으로 빠지게 된다. 단순히 목뼈만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나 거북목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근목통증이 생겨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뒤통수 아래 신경이 머리뼈와 목뼈 사이에 눌려서 만성 두통을 호소하기 쉽다.

물론, 목뼈에 무리한 부담이 가해져 목디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등이 굽거나 뒷목과 어깨가 자주 결리고 쉽게 피로하며 옆에서 보았을 때 고개가 어깨보다 앞으로 심하게 빠져 있고 목을 뒤로 젖히면 통증이 느껴지는 등의 여러 징후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거북목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예전에는 노화나 주변 근육의 약화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었지만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컴퓨터 사용의 급증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거북목 증상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거북목은 일상생활 중의 자세에 조금만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거북목의 주요 원인인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볼 때나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도 가급적 고개를 숙이거나 목을 앞으로 내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낮은 모니터의 높이를 시선과 맞추기 위해 받침대를 설치하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손을 시선 높이만큼 들어 올려 목에 과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거북목 완화에 도움 되는 스트레칭이나 교정 운동 방법을 숙지해 날마다 실시한다면 목의 경직을 풀고 주변 근육 또한 강하게 만들어 주어 거북목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좌우로 천천히 고개 돌리기.

둘째, 손으로 머리를 짚고 옆으로 당겨 젖히기.

셋째, 엄지로 턱을 받히고 목뒤로 젖히기.

넷째, 양손으로 뒷머리를 감싸고 앞으로 젖히기를 통해 목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가능하다면 가슴과 척추를 올곧게 편 상태에서(이때, 어깨의 승모근이 따라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 의식적으로 턱을 쇄골뼈 쪽으로 가깝게 당기는 운동을 반복하면 일자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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