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인데도 여야는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강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의회 권력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여야가 합의해 마련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무시하며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자당 의원을 위장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뒤 입법의 관문인 안건조정위의 다수를 점하고, 예비여당인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를 불사하는 등 꼼수와 무리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를 막아설 방도가 없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급기야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검수완박에 대한 찬반을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은 74년 지속돼 온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다. 검찰의 권력 지향성과 정치적 편향성, ‘제 식구 감싸기’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 앞서 진행된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검찰개혁에는 동의하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이번 법안은 차원이 다르다. 범죄에 대한 크로스 체킹 기능의 약화를 가져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학회, 시민단체의 한결같은 우려다. 소수의 엘리트검사 전횡을 막자고 애먼 일반 국민의 피해가 가중된다면 본말전도다. 검찰도 수사 공정성 장치 강화라는 대세에 따르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시일이 걸리더라도 각계의 견해를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만드는 게 정도다.
윤 당선인 측의 국민투표 제안은 검수완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국민의 절반을 넘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 태워 실시하면 큰 비용 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현실성도 없는 데다 국회 입법권과 충돌해 정국 경색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선관위는 “재외국민 참여를 제한한 현행법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상태라 현행 규정으로는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 법안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은 작다. 설령 이런 난관을 모두 통과해 국민투표에서 이긴다고 해도 새 정부에 득 될 게 없다. 국민투표를 하게 되면 양 진영 지지층이 재결집하게 되고 이는 0.73% 격차의 대선 연장전이나 다름없다. 비호감과 혐오라는 덧난 상처를 치유할 기회는 더 멀어진다. 새 정부가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다른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