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분기 성장이 -1.4%라는 상무부의 28일(현지시간) 발표는 충격적이다. 당초 월가의 전망치(1~1.3%)를 훨씬 밑도는 결과인 데다 41년 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최고치(8.5%)를 기록한 가운데 나타난 역성장이다. 인플레 속 저성장이라는 시장경제의 괴물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물론 3개월의 분기 지표만으로 경기 순환사이클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충격과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결정적인 역성장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경제분석가들도 “에너지·식자재 가격급등에 수출부진이 겹친 결과일 뿐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 실물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1.83%로 견조한 성장세다. 3월 미국 주택 판매도 감소폭이 줄고 안정세다.
하지만 어른거리는 ‘S의 공포’는 피할 길이 없다. 세계은행(WB)도 최근 “세계가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1분기 수출은 -3.2%였다. 수출에 큰 타격이 생겼다는 얘기다. 갑작스러운 수출 경쟁력 저하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경제의 분위기가 그만큼 가라앉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의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늘어만 간다. 3월엔 월간 적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253억달러(약 160조원)나 된다.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자유무역의 본질이 사라지는 추세다. 온갖 무역압력이 거세질 게 분명하다. 한국경제에는 악재들이다.
안 그래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이미 꼬인 글로벌 공급망이 더 불안해져 좌불안석인 한국경제다. 전 세계를 뒤덮은 인플레의 그늘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10년만의 3~4%대 물가상승을 경험 중이다.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잡기는 피할 수 없다. 성장 제약요건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은 불안감을 더 심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생산은 석 달만에 증가(1.5%)로 전환됐지만 소비와 투자는 감소했다. 트리플 감소가 아닌 게 다행이다. 무엇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째 하락 중이다. 오죽하면 홍남기 부총리가 “동행지수 하락전환은 경기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징표이니 각별한 주의와 긴장감을 요한다”고 말했겠는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유일한 치료제는 생산성 제고다. 기업의 역할이지만 정부도 규제개혁으로 뒷심을 보탤 수 있다.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