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인구와 미래전략TF(이하 인구TF)’가 1일 내놓은 인구정책 청사진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구구절절 옳은 방향이고 맞는 말들이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투성이다. 역대 정부에서 늘 그랬듯 화려한 말잔치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TF의 핵심 키워드는 사회 시스템 전반의 ‘전면 재구조화’다. 인구변화는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안보,경쟁력 등 국가의 모든 분야와 연관된 중요한 요인이니 종합적 차원에서 인구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격차 해소, 세대 공존, 지속 성장, 안전과 정주 여건, 인구감소 충격 완화 등 인구와 미래 전략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5대 전략 영역도 정했다. 정년 연장과 연금제도 개혁, 실버산업 육성, 해외 우수 인력 유치, 인구정책기본법(가칭) 등 세부 정책 내용도 밝혔다. 청사진으로는 이만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공허하다. 확실한 ‘한방’이 없다. 내용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그동안 인구정책의 초점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속도 완화였다. 출산과 생명 연장을 하나로 묶어 정책을 마련한다는 획기적 의식 변화도 있었다. 출산 장려금과 같은 단순한 정책은 물론 워라벨의 개선, 남여 공통의 육아휴가 등 보완 정책도 나왔다. 2006년부터 15년간 무려 38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예산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한 달 출생아 수가 2만명에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출산율은 0.86명으로, 몇 년째 세계 꼴찌다. 지금의 하락 속도라면 2024년 0.70명이 된다. 이러니 생산연령인구는 마구 줄어든다. 50년 후에는 청년 1명이 노인 1.2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년부양비는 10년 후면 2배, 50년 후엔 5배로 늘어난다. 모두 지난해 말 나온 통계청의 공식 전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 사안마다 해당 부처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 이를 종합적으로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해마다 출범시킨 인구정책 TF가 올해로 벌써 4기째다. 기획재정부가 총괄하지만 무려 18개 관련 부처 간 의사소통과 조율은 기대난망이다. 더 높은 곳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회위원회가 있다지만 부처 업무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조영태 인구TF 공동자문위원장은 “대통령의 의지와 책임이 범부처에 전달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해결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을 새 정부 구조를 결정하는 인수위에서 하지 않으면 누구 보고 하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