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는 정보를 수령·수집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알 권리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의 한 영역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정보수집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국민이 주권자의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정보전달 체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알 권리는 자유에 근거하기에 잘못 사용되면 누군가의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해 사생활침해 문제를 유발해 그 사람의 잊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잊힐 권리란 공개적으로 제공된 정보 때문에 정보 주체의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이 발생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정보의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청할 수 있는 통제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의미한다. 원치 않는 내용이 공개되면 당사자들은 심리적 고통과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허위 사실이나 루머 등이 결합되면 정신적 타격을 입고 자살에 이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잊힐 권리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선량한 시민들의 잊힐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최근 실손보험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병원 진료내용 등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백내장수술, 도수치료 등에서 과잉 진료가 많고, 보험 사기가 증가하고 있으며, 보험재정 누수가 심해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더욱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험사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는 계약자에게는 보험금 지급심사를 보류하는 상황이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제3의 의료기관에 가입자의 건강상태 판단을 의뢰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병원 진료내용을 통해 환자 상태 등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백내장수술 고객들의 정당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마저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선량한 고객은 보호해야 한다.
보험사들의 알 권리에 맞서 병원과 환자들은 잊힐 권리를 주장한다. 예를 들면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의료기관이 전자문서를 통해 진료정보를 보내는 과정에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험사가 알게 되는 등 환자의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서다. 게다가 개인 선택으로 가입한 민간보험 영역에 제3자인 의료기관이 개입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주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 동시에 또 다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료행위 감시와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이 잊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과잉 진료와 보험 사기 의혹은 벗어야 한다.
권리의 주장은 대개 이익이 침해됐을 때 나타난다.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 발생한 보험사의 알 권리와 의료계의 잊힐 권리에 대한 충돌은 양측의 탐욕이 그 이유다. 따라서 양측 모두 기저에 깔린 탐욕을 내려놓아야 권리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실손보험 도입의 본래 취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지 않은 의료비를 지불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함이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이제 탐욕을 내려놓고 실손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취지를 잘 살려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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