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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확 열린 글로벌 긴축시대, 한은만 대응할 일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까지는 아니지만 그조차도 20여년 만이다. 물론 예정된 수순이다. 이미 수도 없이 발표된 일정이다. 향후 1~2회 추가적인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도 기정사실이다. 6월부터는 채권 회수도 시작된다. 본격적인 글로벌 긴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우리의 금융시장이다. 오히려 미국보다 셈법이 복잡하다. 고물가의 인플레는 똑같은데 들고나는 핫머니의 동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은의 5월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확정적이다. 이제 미국(0.75~1.00%)과 한국(1.50%) 간 금리 격차는 0.5%포인트에 불과하다. 한은이 5월에 0.25%포인트를 올려도 미 연준이 6월에 또 0.5%포인트를 올리면 격차는 불과 0.25%포인트다. 심지어 한은 금통위는 6월 회의가 없다. 한은의 5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도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물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금리차만 보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0.25%포인트의 금리차라면 환율 상승과 환전비용을 고려할때 달러 유인은 고사하고 붙잡아두는 효과조차 사라진다. 우리의 기준금리가 미국과 연동돼 움직일 수밖에 없고 격차도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당분간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금리상승 대책이다.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막는 게 최우선이다. 40만명에 달하는 취약계층의 채무 재조정 등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달러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부분의 통제와 대응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충격은 불가피하다. 지난 1980년대와 2000년대 초 금융위기의 출발도 글로벌 긴축이었다. 한은만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 전체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

핵심은 한국 경제의 대응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관건은 기업 경쟁력과 국가재정 건전성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올해 들어 무역적자는 일상이 됐다. 환율도 달러당 1300원이 목전이다. 퍼주기 포퓰리즘 후유증으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은 더 불안 요인이다. 코로나 손실 보상은 공약을 넘어선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그걸 제외한 모든 재정 예산은 재조정돼야 한다. 돈 풀기를 계속하며 인플레를 잡겠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앞선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 뒷처리를 현정부가 하게 됐다고 푸념할 시간이 없다. 지금 힘든 일을 해야 5년 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미래를 보지 않는 정부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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