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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자율주차 신전략, 차량중심서 인프라중심으로…

지금까지 도로, 자동차, 운전자는 운행의 3대 요소로서 간주됐고, 특히 운전자의 역할이 강조됐다. 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개념도 자연스럽게 로봇운전자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립되고 발전했으며, 자동화 레벨도 운전자의 운전능력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최근 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는 새로운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전략을 제시했다. 자동차를 운전자가 아니라 ‘인프라 시스템’이 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개념은 운전자를 중시하는 기존의 ‘스탠드 언론(Stand-alone)’ 방식과 비교할 때 획기적인 것이다.

전통적인 차량에서 운행은 운전자가 결정한다.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떠한 속도로 주행할 것인가는 각 차량의 운전자가 결정하므로, 개별 차량의 자유를 전제한다. 그런데 여러 대의 차량이 몰리는 혼잡구역에서는 운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교차로다. 교차로에서는 운전의 자유보다 교차로의 안전하고 신속한 통과가 목표이고 이를 위해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이러한 개별차량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은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차로에서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경우에도 자율차의 운전 자유는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 방식은 인프라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위원회가 제시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방식은 개별 차량의 운행을 통제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인프라 시스템’이 혼잡 회피 알고리즘을 통해 엉키는 상황을 해결하게 하므로 개별 차량에 맡기는 ‘스탠드 언론’ 방식보다 우월하게 작동한다. 물론 차량의 혼잡도가 높아질수록 인프라시스템이 제시해야 할 최적의 방안 도출은 힘들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인프라와 ICT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위원회는 이 방식이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왜 자율주행위원회가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을 주차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주차는 운행의 마지막 여정으로서 운행시간 중 15%를 차지하고, 때로는 주차료를 부담하는 고통스러운 단계다. 주차공간이 없어 다른 주차장을 찾아 헤맬 때도 있는데 이때 비싼 주차비를 내더라도 기꺼이 발레주차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교차로와 마찬가지로 주차장에서도 개별 차량의 자동화 레벨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완전자율주행차라도 개별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혼잡 상황’을 해결할 수 없고, 이 문제는 ‘인프라 시스템’이 다중 차량을 대상으로 한 혼잡 회피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복잡한 주차장이 인프라기반 자율주행의 최우선 연구 대상이 된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주행 육성을 새 정부의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제시했고, 때마침 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도 지난 1년간 고민한 글로벌 1등 자율주행 신전략을 제안했다. 자율주행위원회가 제시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기술이 먼저 주차장에서 자율발레주차로서 성공하고, 교차로와 공도(公道)에서도 세계 1등 자율주행기술로서 만개하길 기대해본다.

이중기 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 위원·홍익대 교수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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