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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빛과 그림자 극명하게 드러내고 막내린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저녁 ‘퇴근’하듯 청와대 문을 나서며 퇴임했다. 그가 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이날 오전 가진 퇴임 연설의 첫 마디는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다”였다. 이 평범한 인사말 속엔 문 대통령의 5년간 소회가 오롯이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실제 출발부터 고난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격랑 속에 정권 인수 과정도 없이 취임하였다.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등 크고 작은 난제들과 끊임없이 부딪쳐야 했다. 대통령의 자리가 늘 그렇듯 그 역시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 최일선에서 5년간 분투한 노고에 우선 경의를 표한다.

문 대통령이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했지만 그 빛과 함께 짙은 그림자도 드리웠다. 무엇보다 서민생활과 직결된 정책 실패의 상처가 너무 크다. 부동산정책이 그 대표적 사례로, 앞으로 몇 세대를 지나도 정상을 되찾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 결과를 낳고 말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온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정책의 후유증도 당분간 떨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그 크기만큼 남긴 과(過)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많이 아쉽다.

정작 안타까운 것은 지난 5년간 국민통합에 소홀했던 사실에 대한 소회와 반성이 퇴임사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며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얼마나 국민통합에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함께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퇴임일까지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기록을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지지층만 바라보는 대통령이란 평가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남긴 최대 과제는 지나친 진영 논리의 집착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5년에 대한 공과는 결국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게 마련이다. 공은 지속 발전시키고 과는 다음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으면 그만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잊힌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그의 작은 소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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