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는 민간 주도 성장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문재인 정부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장의 활력으로 잠재성장률을 키우고 ‘다 같이 잘사는 국민’을 위한 복지재원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이를 위하여 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의 발목을 무겁게 하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주겠다고 하였다. 기업들의 ‘모래 주머니’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 중 하나가 법인세 등 조세이다. 최근 5년 동안 한국과 글로벌 선진국(G5)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를 모두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12일 보고서는 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법인세 과표구간도 확대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0%에서 25.0%로 인상함과 동시에 과표구간도 3000억원 초과 기준이 신설돼 3단계에서 4단계로 늘어났다. 반면 G5 국가는 법인세 과세 기준을 완화·유지했다. 최고세율은 프랑스(44.4→28.4%), 미국(35.0→21.0%), 일본(23.4→23.2%) 등 3개국이 인하했고, 영국(19.0%)과 독일(15.8%)은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소득세 역시 한국만 인상됐다. 우리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2017년 40.0%에서 2021년 45.0%로 5.0%포인트 인상됐다. 이와 달리 미국은 소득세를 인하(39.6→37.0%)했고, 나머지 4개국은 45.0%로 변화가 없었다.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우리만의 법인·소득세 과세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과 개인의 근로 의지를 꺾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나 전 세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세 저항이 적고 재정 확충에 용이하다는 이유로 이대로 가면 글로벌 대기업 유치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홍콩 수준(16.5%)으로 낮추면 설비투자가 39.7%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제시돼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15%로 정해진 만큼 디지털 혁신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이 수준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의 수렴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만성적 저성장, 국가부채 급증, 원자재난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세율을 낮춰 민간 경제활동을 촉진함과 동시에 외국 기업 유치에도 성과를 낸다면 법인세수 총량을 이전보다 증대시킬 수 있다. 세수 기반을 넓혀야 재정건전성도 지속적·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