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박완주 의원을 성비위 혐의로 제명 처분했다. 지난해 말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가 있었고, 올 4월 신고가 들어와 당 차원의 조사를 벌인 뒤 징계 결정을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 3선에 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중진이라 그 충격과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게다가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김원이 의원 보좌관의 성비위 사건 2차 가해 의혹이 함께 터져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처지가 더 곤혹스럽게 됐다.
민주당 소속 인사의 성추문 사건은 하도 잦아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거물급 인사가 연루돼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유사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오죽하면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당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고 토로했겠는가. 툭하면 불거지는 성추문에 ‘더불어만진당’이란 조롱을 받아도 이제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민주당내 잇단 성 추문은 대부분 권력형 성범죄다. 박 의원 사건의 상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역시 비슷한 케이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안 전 지사의 측근이다. 권력형 성비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당 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 “참혹하고 부끄럽다” “지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며 엄정한 대응을 주장하였다. 그러고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권력의 단맛에 빠졌다는 의미다.
당 내 성추문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특단의 조치를 통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실제 젠더폭력신고센터 등이 설치됐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책이 제시됐다. 박 위원장은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해 당헌 당규 개정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도 “모든 것이 민주당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며 “성비위 사건 일체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장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면 이전의 행태가 계속 반복되니 민주당 지도부의 이번 약속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박 의원 징계는 제명으로 그칠 게 아니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 의원직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 고질병은 극단의 처방이라야 치료가 가능하다. 그 결과를 국민은 예의주시할 것이다.